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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Gray Nov 12. 2017

추억, 어디까지나 나 혼자의 것

함께 만들었어도 꺼내어 볼 땐 나 혼자


한동안 남자사람과 연애를 안해서인지, 연애를 했음에도 잘 못 해서인지. 요즘 내가 곱씹는 건 친구와의 추억이다.

친구와의 이별도 남자와 다를 바 없었다.



누가 말했나? 우정은 섹스없는 사랑, 이라고.

사실 생각해보면 둘 사이는 섹스를 빼면 비슷한 게 참 많다.


서로 끌리는 점이 있으면 사귀게 되고.

오랜시간 함께 지내며 많은 추억을 쌓고.

늘 함께 있고 싶어 쉬지 않고 연락하고.

좋은 곳이나 맛있는 것을 보면 생각이 나고.

내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며 위로를 받고 싶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걱정이 되고.

다른 사람과 더 친해지면 질투가 나고.

더 친해지면 서로의 가족에게 소개도 하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 서운함이 쌓이고.

서로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그 다름은 노력으로 좁혀질 수 없다는 것도 깨닫고.

말이 거칠어지거나 아예 없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가 느슨해져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나온 시간들을 곱씹어보고.

우린 충분히 친하고 가까워, 라는 생각이 관계를 천천히 망가뜨려놨고.

서로에게 다른 사람 대하듯 예의를 지켰다면 더 좋은 사이가 되었을까, 아예 친해지지 않았을까 의미없는 상상을 해보고.



어떤 장소나, 어떤 물건, 매년 특정한 철에 떠오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이제는 함께 할 사람이 없다는 게 슬프다.


분명 함께 만든 추억인데,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을 오롯이 나혼자 꺼내어보고, 쓰다듬다 도로 넣어야한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나 혼자의 것이 되어버린 추억들이 참 많았다. 서로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기도 했고, 내가 이별을 고하기도 했으며, 나에게 이별을 고하기도 했다.


지금 내 옆의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건 오직 최근의 일일뿐, 오랜 추억들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되어버렸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많이 있을까......

조용히 각오해본다.

이제부터는 미리 각오한다.

처음부터 내 삶은 그저 나혼자의 것이었다고.

기대하거나 의지하지말고 단단하게 내가 만들어가는 내 것이었다고.


가끔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는 기쁨은 어디까지나 뜻밖의 기쁨일 뿐, 이 사실을 미처 몰랐기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슬픈 일은 이제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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