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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Gray Oct 15. 2017

새벽,

자다 깨어 하는 생각들

그간 듣지 못했던 소리들에 조용히 귀 기울이며 한동안 미뤄뒀던 생각들을 풀어내는 시간. 생활을 살아내느라 여기저기 아픈 몸의 통증들이 예민하고 섬세하게 느껴지는 순간.


자다가 깬 순간이다.


한해, 한해 지날수록  이렇게 자다 새벽에 깨는 순간들이 많다. 밤에 잠이 오지않아 잠들지 못하는 것만큼 반갑지 않은 일이다.


가수 박진영이 TV프로에서 자다 깨지않기 위해 취침 전에는 되도록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을 때, 별 것 아니었음에도

'아, 저런 좋은 방법이!'

'저 사람도 사는 건 비슷하구나.'

싶었다.


이런 순간의 초침소리가 싫어 방에서 시계를 없애버린 게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도 어디선가 규칙적인 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다가올 날에 대한 걱정보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아련함이 더 많다. 아무리 고민해도,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거면서 왜 자꾸 생각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와 밝혀낼 수도 없는

누구의 잘못이었는지, 는 왜 자꾸 곱씹는지......

결국엔 다 내 잘못이었다, 서로 인연이 아니었다, 에 마침표를 찍을 거면서......


사람들 앞에서 말이 많았던 날, 혹여 실수는 없었는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진 않았는지, 눈치없이 던진 말은 없었는지 계속 순간과 장면을 되돌려 보지만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그 말들은 이미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기억속 망각의 배에 탑승했을 게다.


아침이 오면 다시 '의식의 나'로 돌아가 이런 '무의식의 나' 따위는 가물가물 잊혀지겠지만

지금 이 순간 치열하고 처절하게 생각해준만큼 나는 더 깊고 넓어지겠지.


허나 어디 쓸 곳도 없는데 혼자 누워 이리 깊고 넓어져봤자 다 무슨 소용이랴, 싶어 씁쓸한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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