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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Han 한승환 Mar 26. 2017

기부를 통한 자유

얼마 전에 한 기부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 순간 중 하나였다. 어린이들과 교육받을 기회를 위해 지정기탁하였다.


나눔에 대한 경험은 초등학교를 갓 들어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부모님은 성경을 공부하고 계셨었는데, 교회를 통해 전도봉사와 더불어 고령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다니셨었다. 아버지는 이러한 외부봉사활동에 나를 함께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여 9살이 되었을 때이다. 주로 시골의 노인분들을 방문하여 어깨를 주물러주고, 밥을 지어주고, 청소를 해주는 등 소일거리를 돕는 봉사였다. 많은 이들은 당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나를 보며 아버지에게 ‘어린것을 학교 공부나 시키지 왜 힘들게 밖에 데리고 돌아다니냐’며 묻곤 했었다. 아버지는 그때마다 “이게 다 삶 교육"이라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답했다. 어릴 적부터 세상을 마주하고 수많은 노인분들을 만나는 것은 훌륭한 배움이었다. 노인들은 귀가 어둡고 눈이 침침하나 생각은 깊고 지혜로웠으며, 고집스럽고 비판적이었지만 동시에 순수하고 낙천적이었다. 그렇게 매달 십여시간씩 삶 공부를 하며, 십여년이 흘렀다. 현재는 개인적 이유로 종교공부는 중단하였으나, 삶에서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20살이 되어 처음 경험한 사회생활은 장애인활동보조인이었다. 중증 장애인들의 삶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는데, 상당히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도전이 되는 일이었다. 중증장애인들은 대부분 척추를 다쳐, 신체의 상당부분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 보조하게 된 장애인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었고 다른 한 명은 갈비뼈 위로만 활동이 가능한 상태로 재활을 하던 분이었다. 몇 개월간 함께 지내는 생활을 반복하며 형 동생 사이로 많은 친밀도를 쌓게 되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밥을 먹여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샤워를 하고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고 재활을 돕는 등 생활 전반에 걸친 보조가 필수적이었다. 특히 샤워나 용변과 관련된 부분은 당시 어리숙했던 나에게 너무나 도전이 되는 일이었다. 어떠한 물질적 동기를 넘어선 정신이나 의식이 요구되었고,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주는 일이었다. 그렇게 수개월간 일을 하면서 배우게 됐던 인내심과 자기를 낮추는 정신은 바로 다음에 시작하였던 영업 커리어와 향후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나눔은 남에게 나의 것을 베푸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도 풍족하게 만들어 주었다. 신체적 봉사활동, 지식나눔활동, 금전적인 나눔활동 등 모든 활동이 그랬다. 나눔은 리더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었고, 사회적관계와 스스로의 그릇을 키우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었다. 


물론 시간이나 노력 또는 금전을 나눈다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다. 특히 요즘과 같이 경쟁으로 가득한 그리고 도저히 옆사람과 나눌 게 없어 보이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가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10~20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에서는 돈 그리고 물질을 쫒는 이들을 가리켜 물질만능주의자라며 지탄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당당히 돈을 자랑하기 시작했고, 특히나 SNS가 생겨난 이후부터는 이를 마치 경쟁이나 하듯 과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돈을 수단이 아니라 목표로 추구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허영과 사치가 자아실현과 자기만족으로 포장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이는 삶이 중요하지만, 보이는 삶을 위해 현실의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2-30대의 삶은 정말 어렵다. 


자본주의에 순응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치며, 다른 이들 또한 동일한 프로토콜을 따르도록 압력을 가하는 현세태에서 타인을 위해 금전을 포기하는 것은 그러한 세상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고, 자본주의라는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다.


적은 금액이라도 나 자신의 존재가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큰 기쁨이다. 특히 젊은 이들에게는 어려움을 버텨낼 수 있는 훌륭한 자존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누구에게든 나눔에 대한 경험은 값진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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