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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Han 한승환 Dec 25. 2017

왕좌의 게임:
블록체인협회와 거래소

왕좌의 게임: 블록체인협회와 거래소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술기업인가

-협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득과 신규가 벌이는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의 치명적 단점





블록체인 업계에도 협회들이 등장하고 있다. 협회는 일반적으로 산업과 정부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거나 이익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 ‘블록체인협회’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협회 중 하나이다. 이 협회의 목소리 대부분은 거래소들이 내고 있는데, 시장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블록체인의 사용사례가 ‘투자상품'으로써의 암호화폐 이용이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안 분석

얼마전에 블록체인 협회에서 낸 ‘자율규제안’도 같은 맥락으로, 사실상 거래소에 대한 내용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은 7개의 항목으로 정리된다.


1) 강력한 투자자 예치자산 보호 장치 마련 

원화 예치금을 100% 금융기관에 예치

암호화폐 예치금은 콜드월렛 70% 이상을 의무화


2) 신규 코인 상장 프로세스 강화 및 투명성 제고

당분간 신규화폐 도입 금지
협회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신규상장 코인에 대한 평가자료를 제시


3) 본인계좌 확인 강화 및 1인 1계좌 입·출금 관리 

금융기관과 연계해 내년부터 1인 1계좌 입·출금 관리. 피싱 등의 사기 혹은 불법 다단계에 암호화폐가 악용되는 것을 방지


4) 오프라인 민원센터 운영 의무화 


5) 거래소 회원 요건 강화 

자기자본 20억원이상.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시스템, 내부프로세스 및 정보보호인력·조직 등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


6) 불공정 거래의 규제 통한 임직원 윤리 강화 


7) 독립적인 자율규제위원회 구성



물론 초기 모델이라 개선될 부분들이 존재한다.

-원화예치금 100% 금융기관에 예치: 

당연한 내용으로 P2P금융쪽에서는 이미 진행 중. 다만 블록체인은 글로벌 시장인데 해당 내용은 원화시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암호화폐 예치금은 콜드월렛 70% 이상을 의무화: 

더 자세한 내용이 정해져야 현실적이다. 거래소의 경우 입출금이 몰릴 경우, 핫/콜드왈렛간 예치비율은 수시로 변동된다. 또한 콜드왈렛이 오프라인으로 보관되기 때문에 온라인상 해킹에는 안전하지만, 내부인 및 물리적인 경로를 통한 침투에는 취약할 수 있다. 핫왈렛 비중이 낮으면 출금요청이 몰릴경우 콜드왈렛에 그 만큼 자주 연결해야 하므로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다. 즉, 무작정 콜드왈렛 비율 높이는 것이 답은 아니다. 


-신규 코인 상장 프로세스 강화: 
모든 지표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현재, 신규화폐를 공신력있고 의미있는 방식으로 평가할 역량이 없다. 단순히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구색을 맞춘 수준으로 이해.


-오프라인 민원센터: 
글로벌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업계에서, 오프라인이 의무라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의 활동만을 염두한 접근. 대부분의 글로벌 거래소는 오프라인 민원센터가 없다.


-자기자본 20억원이상.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시스템, 내부프로세스 및 정보보호인력·조직 등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 

20억원으로 금융업자에 준하는 시스템 구축 불가능. 해당 기준으로는 5억이나 20억이나 사실상 차이없음. 이 부분은 전문가들이 어느정도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해나가면서 모든 거래소가 각각의 프로세스를 갖출 필요가 없어지면 좋겠으나, 현재 산업단계를 고려할 때 어려울 수 있다. 


시사점:

국내거래소들은 각자가 가진 대외적 입장이나 마케팅적 메시지 여부를 떠나서, 스스로를 국내 장사에 한정된 서비스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 국내 시장 규모 및 거래소간 경쟁부분을 고려할 때 이는 사실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현실적인 고려보다는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안들로 여겨짐



협회의 역할과 수익모델

일반적으로 협회는 산업의 목소리를 정부나 기관에 정하고 산업을 육성하고 대변하는데 도움을 준다. 동시에 국가나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산업에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협회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수익모델을 가진다.

-회원사 회비/성금/가입비

-정부지원

-사업개발 컨설팅/매칭

-라이센스

-교육



거래소의 정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술기업으로 보기 어렵다. 블록체인 기술이 쓰인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만들어진 지갑들의 명령어를 이용하거나 블록내용을 읽는 수준에 불과하다. (직접 전용지갑을 만들어 사용한다면 인정) 오히려, 원장관리, 매칭엔진, 보안프로세스가 핵심 경쟁력에 해당할 수 있다. 거래소라면 대부분 진행하게되는 PG(결제사업), 해외송금사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 프로젝트들이 거래소에 올라오고 거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프로젝트들이 활성화되도록 일부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거래소간의 이해관계

현재 자율규제안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른 거래소(Bitrrex 등)와 '통합 오더북(integrated orderbook)'을 사용하는 경우, 오더북상 거래가 블록체인상 결제완결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인 정산과정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산을 하고 있는 중에도 거래는 발생하므로 장부와 현물이 딱 맞춰지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즉 거래되는 암호화페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항상 100%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율규제안의 콜드/핫왈렛 및 지급준비율을 맞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협회에서는 일정 기간동안 신규코인 상장을 자제하자는 입장인데, 비트렉스와 같이 이미 대부분의 코인이 상장돼있는 경우, 검열된 암호화폐만을 신중하게 상장하자는 취지를 지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현재 협회에 가입돼있는 거래소들도 존재한다. 이런 거래소들은 현재까지 공격적으로 신규코인을 상장하여 성장해왔는데, 자율규제안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상장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른 신규거래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신규거래소에서 신규코인 상장은 강력한 성장의 수단이며 동시에, 새로운 기술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동력원이 되기도 한다. 협회에서 각 암호화폐를 평가하고 상장하는 권한을 독점한다면, 국내 모든 거래소는 동일한 코인을 가지고 경쟁하게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해외시장이 국내시장에 느끼는 매력도가 낮아지게 되며, 국내 고객들에게 제한된 선택권만이 주어지기 때문에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에도 국내에서만 현재 20여개 거래소들이 런칭예정이고 2018년에 거의 80여개의 거래소들이 계획되거나 런칭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거래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국내에 진입 예정이다. 거대 기업들이나 기관들도 진입하고 있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된 액트투가 시작됐기 때문>



왕좌의 게임

위의 모든 내용은 결국, 현재의 국내 거래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플레이어들의 싸움이며, 공익과 대표성을 통해 이를 강제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협회’는 왕좌의 게임에서 상당히 유리한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시장이 조성되는 단계이고 법제화에 대한 권위자들의 논의가 진행되는 지금, 공익과 대표성을 앞세운 채로 양측에서의 입장을 모두 대변하고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은 정의(definition)가 필요하다.

-시장에 대한 정의

-플레이어에 대한 정의

-시장 상품에 대한 정의

-시장 규제 및 규제주체에 대한 정의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다만 해당 협회의 발기인들이 해당 역할을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 오히려 시장을 원하는 대로 조성하고자 하는 시장참여자는 아닌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시장지배력은 갖추어져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이 충분치 못하다면 사실상 소규모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블록체인협회에서 사실상 대부분의 목소리를 3대 거래소(빗썸, 코인원, 코빗)가 내는 상황에서, 여타의 거래소들은 전략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몇 가지의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1) 해당 협회에 가입 후 협회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킨다.

2) 새로운 협회를 개설 후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다.

3) 정부/협회 등과의 소통을 최소화하고 시장자체에 집중하여 시장지배력을 기른다.


시장지배력에는 다음이 포함될 수 있다.

-충성고객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플랫폼

-기술적 우위

-시장진입을 위한 진입권에 대한 통제

-규제기관을 이용한 정치적 지배력


현재 ‘블록체인협회’는 시장지배력이 없다. 따라서 줄수 있는 것도 없고 제한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신규 거래소에게 진입장벽을 높히는 압박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규거래소들이 1)번 시나리오를 택할 인센티브는 높지 않다. 현재의 ‘블록체인협회’는 ‘시장진입을 위한 진입권에 대한 통제’와 ‘규제기관을 이용한 정치적 지배력’을 우선 획득하여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협회장 추대논의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전략이다.


국내 블록체인업계에서, 협회의 실질적인 권력은 결국 다음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거래소 라이센스/자격요건

-가상계좌 라이센스/자격요건

-신규코인 상장권한

-ICO프로젝트 라이센스/자격요건


돈이 움직이는 곳의 진입장벽을 지배하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싸이트는 너무도 뻔한 논리적 귀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즉, 혼자서 먹도록 놔두지 않는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왕좌의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미 대놓고 거래소 이익집단이 되고자 하는 ‘한국가상화폐거래소협회’가 논의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수의 협회들이 생겨날 예정이다.


*한국가상화폐거래소협회 (내년초 출범, 현재 발기인 총회 진행)

협회 준비위원장 이서령 서울과학 종합대학원 교수,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안동수 전KBS 부사장, 조풍연 한국 SW·ICT 총연합회 상임의장, 노규성 한국디지털정책학회 회장, 문재웅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수석부회장 등 참여


여기서 아직 게임에 참여하지 않은 주체가 있다. 기관들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관들이 참여를 진행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가 규제로 인해 막혀있는 상황이다. 게임에 참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굳이 직접 참여할 필요는 없고 대리참여하면 된다. 다만, 대리참여시 어떤 캐릭터를 플레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기관은 신규기업을 플레이하고자 할 것이고 어떤 기관은 이미 존재하는 3대 거래소와 플레이하고 싶어할 수 있다.



왕좌의 게임이론

이 왕좌의 게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왕좌의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늘어날수록, 왕좌를 대표하고자 하는 이의 대표성은 사라지고, 제3자(정부/규제기관)의 입장에서 보기엔 그냥 이익집단끼리 밥그릇 싸움하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규제기관이 소통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노선으로 갈 수 있다. 사실 이미 현재 경쟁관계에 있는 3대 거래소들이 하나의 협회에 들어가 같은 목소리를 내며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것도 동일한 문제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여러가지 리스크들이 현실화되기 전에, 모든 플레이어들을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통합시키고 대표성과 시장지배력을 다른 이들에게 여지를 주지 않고 빠르게 확보한다면 왕좌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왕좌의 게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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