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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Han 한승환 Jan 09. 2018

암호경제학:
정부, 암호화폐 그리고 거래소

자본이 몰리고 시장이 열려 기회가 보이는 시대. 혼란과 소음이 많다. 다음의 대표적 내용들 몇가지를 짚어본다.


(아래 내용은 필자 개인의 논리적추론을 통한 접근이며, 추론결과물로 나온 시나리오 중 일부만 서술것이므로 부정확하거나 사실과 다를 수 있음)








첫번째 오류 -

거래소/국가간 프리미엄(가격차이)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온다.

프리미엄은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상태의 결과값이 곧 ‘시장내 가격’이며, 동일 재화에 대해 ‘시장간 가격’차이(프리미엄)가 발생하는 것은 흐름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은 ‘동일한 상품'이 국가A와 국가B 또는 거래소A와 거래소B간에 가격차이가 생기는 현상을 말하는데, 국내거래소의 비트코인이 해외보다 2-30%높은 현재의 경우(김치프리미엄, 김프)도 이에 속한다. 재화A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그냥 가격이 오르면 되는데, 동일한 재화에 대하여 서로 다른 시장들 간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유동성 통제’다.


유동성(liquidity)의 뜻은 ‘흐름’이다. 여러가지의 의미와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누군가가 원하는 물량을 사거나 팔고자할 때 ‘즉시’ 구매/판매가 이루어져서 흐름이 원활한 경우를 ‘유동성이 보장’되는(1값에 가까운) 환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유동성이 완전히 보장되는 환경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흐름이 아무리 원활해지더라도 1에 가까워질수는 있지만 영원히 1값에 이르지는 못한다.


자본 유동성을 0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은 ‘유동성 제한'이다. 다음 두 요소로 자본의 유동성 제한을 설명할 수 있다.

1) 금액 제한 (입출금/송금 한도)

2) 속도 제한 (입출금/송금 처리시간)


한국에 비트코인 프리미엄이 생기는 이유는 한국의 비트코인 수요가 높아서가 아니라, 한국 시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비트코인/원화의 유동성이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무한인 경우, 프리미엄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의 프리미엄을 없애는 올바른 방법은 규제와 위협으로 수요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본통제 빗장을 열고 재정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상 법정화폐 페깅토큰인 Bitfinex의 USDT처럼, KRWT를 만들면 원화의 유동성이 높아져 국내프리미엄을 삭제할 수 있으나, 법리적인 고려요소가 많다.


*'업비트'의 프리미엄을 없애는 방법은 입출금제한을 풀고 원장위에서만 거래되는 암호화폐들이 실제 출금될 수 있도록 지갑을 모두 여는 것이다. 물론 현재 프리미엄은 업비트에게 문제가 아니라 상당한 혜택으로 작용하고 있음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이슈일 수 있음)





두번째 오류 -

정부는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는걸 싫어한다. 즉, 비트코인 가격을 낮추고 싶어한다.

정부는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상관이 없다. 오히려 차후 비트코인에 명확한 세금근거가 생기는 경우, 세수가 증가하므로 가격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코스피 지수(한국주가지수)가 높아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이유와 동일하다. (정치란 결국 세금을 얼마를 걷고, 어디에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행위기 때문에 세수확보는 중요)


게다가 현재는 한국프리미엄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세계의 비트코인이 국내거래소로 몰려온다. 기존에 해외거래소에 존재하던 물량의 경우, 정부에서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거래소는 정부의 감사와 모니터링 관할 안에 있기 때문에 전체 장부를 파악할 수 있다. 장부에 찍히지 않던 자산들이 ‘장부 위’로 올라와 과세대상액이 투명해진다. 고객명단과 장부를 제출하고 과세대상액을 특정하는 것은 이미 미국의 정부와 거래소들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현재 한국이 전세계의 암호화폐들을 빨아들이고 있으며, 모두 정부의 관할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정부관할로 들어왔다고 해도 정부입장에서 암호화폐거래소나 암호화폐 자체를 통제할 근거가 없으므로 단기간에 관리할 수 있게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려고 하자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다’고 조롱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나 재정경제부 등이 이 정도 시나리오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정부가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의 투자재의 가격을 통제해서 낮추고 국민들이 더 싸게살 수 있도록 하려한다’는 가정도 역시 순진한 가정일 수 있다. 다만 기술적인 이해와 시장에 대한 이해의 한계로 인해 적절한 규제안을 모색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는 투자재적 성질외에도 화폐적 성격과 기능적 사용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구분이 필요할 수 있다.





세번째 오류 -

정부는 비트코인을 통제할 수 없다.

정부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기술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위 모두 충분히 유의미한 수준에서 통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두가지 방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단순 불법화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정부에서 하지말라고하면 안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체벌을 가하는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모든 통제요소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부는 살인을 막을 수 없고, 마약을 막을 수 없고, 도박을 막을 수 없으며, 강력범죄를 막을 수 없다. 그러나 통제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기술이니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주장은 순진한 주장이다. 정부는 이미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 (통제외부 영역에 남겨진 딥웹과 같은 곳도 있으나,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없다)


2) 자본의 이동경로 통제

간단하다. 암호화폐 자본이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만 통제하면 된다.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어차피 국내 상당수의 물량은 거래소에 있다. > 거래소에서 개인지갑이나 해외거래소로 암호화폐를 출금할 수 없으며, 오직 출금이 가능한 곳은 정부가 지정한 다른 국내 거래소들 뿐이다. > 모든 거래소는 정부에 고객/거래/잔고 내역을 보고한다. > 개인의 암호화폐 소유권은 거래소 내에서 보장되기 때문에 개인지갑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 개인적으로 사용을 하고 싶다면 개인지갑으로 출금해주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을 증명하는 예탁증서를 발급받는다. > 단 한번이라도 거래소로 입금되는 모든 암호화폐는 정부의 통제하에 놓이게 된다.


물론 위와 유사한 시나리오가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암호화페 자체의 이동보다는 입출금시의 잔고차액을 증빙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다만, 위 시나리오는 이미 주식에 적용되고 있는 내용이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주식은 예탁결제원에 등기로 존재하며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고 증서를 통해 소유권을 인정받는다.


3) 은행통제
소위 '창구지도'로 불리는 금융위를 통간 간접적 통제방식이나 직접적인 은행정책에의 개입으로 은행을 통제하면 된다. 특히 법정화폐를 다루는 거래소의 경우, 결국 은행 계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은행의 협상력이 굴복할 수 밖에 없으며, 마찬가지로 은행은 정부에 굴복할 수 밖에 없다.


‘어차피 기술이라서 규제할 수 없으니까 규제하지 마라’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오히려 이 기술과 기반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규제할 때, 어떤 효용이 있는가로 설득하여 채찍뿐아니라 당근도 함께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의미있는 방법일 수 있다.


*정부가 암호화페를 법제화시키려면, 모든 이체내용과 발신인/수신인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모니터링 및 개인정보 투명화가 일어날 수 있음


*물론 아무리 통제한다 하더라도 OTC시장까지 통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





네번째 오류 -

거래소는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다.

거래소의 역할은 명확하다. 사람들은 거래소에 거래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러 간다.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러 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러 간다. 거래소는 사람들에게 그 기회를 준다. 거래소 자체적으로 블록체인의 발전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합의알고리즘이나 신규지갑제작 또는 코드실행을 위한 VM개발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갑명령어 몇개와 API용 서버 그리고 개인키/지갑운용 구조설계가 전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 자체와 시장에 상장되는 기업들을 구분해야하듯, 거래소도 블록체인 기술기업일 필요는 없다. 거래소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의해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새로운 포스팅을 통해 자세히 다루고 싶으나 여기서는 간단히 설명)


1) 유동성 공급 및 자본조달

2) 자산 보관에 대한 신뢰기관 역할

3) 자산 이동에 대한 신뢰기관 역할

4) 자산 흐름에 대한 규제기관 역할


1) 유동성 공급 및 자본조달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좋다. 주식이 오르면 누가 좋은가? 주식이 오르면 회사는 좋은 점이 없다. 주주가 좋은 것이다. (회사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신용등급이 올라가기 때문에 대출을 통한 자본조달시 이자비용이 저렴해지거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조달이 용이해질 가능성이 생기는 정도) 그렇다면 주식시장의 존재이유는 주주의 투자수익을 위해서인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IPO도 존재할 수 없다. 충분한 유동성을 가지고 거래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공개자본조달(Initial Public Offering, IPO)을 통한 기업의 자본조달이 가능해진다.


거래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블록체인 기술기업들의 자본조달 및 발전이 현저하게 저해될 것이며, 지금처럼 폭발적인 산업발전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금융경제가 먼저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실물경제가 따라 발전한다. 업계에 엄청난 자본이 유입되기 때문에, 실리콘벨리와 포춘 500 기업들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블록체인 업계에 투신하고 있으며 기업들 자체가 블록체인 기술을 탐구하기도 한다. 이는 충분한 유동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가 지켜봐온 지난 7년여간이 좋은 예가 된다)


2) 자산보관에 대한 신뢰기관 역할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거래를 위함 대금이 올라와 있어야 한다. 거래되는 대금이 출금가능하다는 신뢰를 근거로, 이용자들의 거래가 시작된다.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이 거래소에 안전히 보관돼있다는 점을 신뢰해야한다. 또한 이점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면, 거래소는 거래를 위한 예치가 아니라 안전하게 자산을 보관하기 위한 예치기관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개인이 직접 개인키를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거래소의 이런 역할은 대중화(mass adoption)에 기여한다.


3) 자산이동에 대한 신뢰기관 역할

계좌가 존재하고 자산예탁기능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지불결제(Payment Gateway, PG)와 해외송금기능을 가진다. 소비자나 가맹점의 이체요청(transaction request)이 정합성있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이체대금이 지정수령인으로 이체될 것임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는 암호화폐로 지불을 하고 가맹점은 법정화폐를 결제받고자 하는 경우, 거래소는 암호화폐를 최소한의 환위험으로 수수료 범위내에서 환전하고, 법정화폐로 지급해야한다.


4) 자산흐름에 대한 규제기관 역할

거래소는 고객정보, 고객계좌, 원장 그리고 거래내역을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KYC와 AML이 모두 가능한 구조다. 법무부에서는 암호화폐거래소 폐지도 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사실 거래소가 폐지되지 않기를 가장 바라는 곳이 법무부, 정부, 재경부, 국세청 등이 돼야한다. 거래소가 사라지면 직접 고객정보 및 암호화폐를 다루지 않는 이상, KYC와 AML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거래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섯번째 오류 -

거래소는 탈중앙화/분산 거래소 형태(DEX)로 대체돼야한다.

일반적으로 탈중앙화/분산거래소는 거래소에서 대금을 애초에 입금받지 않고, 블록체인에 보관한뒤 사용자들이 직접 소유권을 100%유지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경우 Atomic Swap방식을 사용하며, 스마트컨트랙트나 hybrid방식을 이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사실상 블록체인/금융/거래소 메커니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 일부 지식인들이 중앙화된 거래소를 탈중앙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심지어 거래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조차 거래소 자체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탈중앙화된 거래소는 중앙화된 거래소와 다르다.


*1) 분산/탈중앙화 거래소는 필연적으로 속도의 한계를 가지는데, 이는 합의메커니즘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이다. 2) 이에 더해서 Atomic swap방식의 경우, 거래자가 주문을 내고 성사할 때 온라인 상태여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3) 속도를 극복하기 위해 반탈중앙화(hybrid)된 모델을 선택할 경우, 즉 거래소에서 오더북은 제공하지만 실제 거래되는 자산은 주기적으로 블록체인에서 정산될 경우, 지속적인 거래소간 차익거래나 트레이딩 봇을 돌리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런 마켓메이킹이 어렵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4) 또한 차후에 주체가 실질적으로 계산해서 적용해야하는 마진이나 기타 금융상품 취급이 어려워진다. 5) 거래소 외에 custody를 두는 경우, AML 등을 목적으로 계좌를 동결하거나 세금을 물리는 것도 어렵게 된다. (이 부분은 논문수준으로 작성하지 않고서는 쉽게 풀어쓰기 어려워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중앙화거래소와 분산/탈중앙화거래소는 존재 목적과 역할 그리고 기능/철학적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대상고객를 가진다. 즉, 두 모델은 서로를 대체하는 관계로 보기 어렵다.


*필자는 탈중앙화거래소 프로젝트들인 Cosmos/OmiseGo/Cybex 참여, 관련설계를 2년여에 걸쳐 연구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reference를 파악하고 있지는 못함. 대부분의 reference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며, 현재 작동하는 몇몇 사례들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관련솔루션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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