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챕터 2가 시작되어 간다
나는 자주 나선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기 시작한 이 나선은 어느덧 내 의지 없이도 돌아갈 정도로 원심력 같은 운동력을 갖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의지로써 멈추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느껴졌었다. 이윽고 회사를 관두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것, 두려워했던 것이 바로 그 점이었다. 완전히 몸에 익은 이 나선에서 떨어져 나온 뒤에 다시 새로운 나선을 그리거나 이 나선 위에 있지 않아도 삶의 리듬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것. 한 편으론 그렇게 모든 패턴과 리듬에서 벗어나 멈춰버리는 것을 바랐으면서 동시에 그걸 가장 두려워했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회사를 관둔 뒤 어느덧 2년이 다 되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엄청 긴 시간이지만 나는 아직 내 의지의 새로운 리듬을 찾지는 못했기에 이 긴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회사라는 곳이 나쁜 기억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곳에서 받은 좋지 않은 영향들을 다 씻어 내는 데에는 (물론 다 씻어낼 순 없겠지만) 예상보다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관두고 나서도 아주 오랫동안 관련 아이템들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지는 못했으며, 일부러 외면하려는 노력을 어쩌면 아직도 해야만 하고, 완전히 다른 패턴의 삶을 살면서도 몸 어딘가에는 아직 직장인으로서의 후천적 본능이 남아 있는 듯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스무 살 때부터 계속된 지난 16년 넘는 직장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다는 증거랄까. 큰 위안은 되지 않지만.
대신 모든 것이 나만 멈춘 듯하고, 이제 더 이상 사회에 복귀할 수 없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들 때까지 차오를 때가 돼서야 제대로 된 기회를 얻게 된 고민이 있다. 우습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까지 제대로 한 번도 깊이 고민해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은 고민.
'뭘 하고 먹고살 것인가'
고3 때 수능을 보고 난 바로 다음 날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2008년에 잠깐 이직을 위해 쉬었던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회사를 선택할 때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제로에서 그 고민을 했다기보다는 가능한 선택지 가운데서의 고민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면 이 회사에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정도의 고민들을 했었던 듯싶고.
몇 번의 이직 경험을 되돌아보자면 남들에 비해 아주 순탄하게 풀린, 그것도 내가 원하는 회사로 다 이직했던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딱 한 번 그간 8년 가까이 다니던 업계를 떠나 새로운 원하는 업계로의 경력을 시작하고자 제법 오랜 기간 동안 구직 활동을 했을 때만 제외하면 대부분 순탄한 과정이었다. 이 때는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는데 정말 마지막에는 더 이상 가진 것을 팔고도 월세를 낼 돈이 남아 있지 않아, 원했던 회사들이 아니라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즉, 퇴사했던 회사들보다도 맘에 들지 않는 회사들에 여럿 지원했을 정도로 턱 밑까지 쫓겼던 시간이었다.
다시 말해 이직이 원하는 데로 잘 풀릴 땐 잘 풀려서, 또 안 풀릴 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떤 일을 하며 먹고살 것인지, 무엇으로 돈을 벌며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간이 부족했었다는 걸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다.
요 근래 몇 달 동안은 입으로 소리 내어 몇 번 말했을 정도로 앞으로의 인생 계획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고 있다. 뭘 하고 먹고살 것인가.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 것인가. 얼마를 벌어야 하나. 얼마를 벌 수 있을까. 그럼에도 무엇을 하고 싶은가.
결혼하고 막 아이 계획이 있을 즈음, 어쩌면 가장 좋지 않은 타이밍에 퇴사라는 큰 결심을 했던 것처럼.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더 커진 지금,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까지 염두에 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처음 이 매거진을 시작했을 때 이 글들이 앞으로 어떻게 끝나게 될지 나도 전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최근 그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앞으로 이 매거진은 두 번째 퇴사에 대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를 너무 힘들게도 행복하게도 했던 첫 번의 퇴사보다도 더 큰 새로운 일들을 결정하고 시도해야 할 두 번의 퇴사에 대한 이야기.
이건 현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