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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Nov 17. 2015

1.하루

오랜 직장 생활을 큰 맘먹고 정리한지 어느 덧 거의 넉 달이나 지났다.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 고민 끝에 관두기는 했지만, 이후 여러 가지  계획되었던 일들이 예상보다 훨씬 더 지연되거나 혹은 무산되면서 조금은 의도치 않게 스트레스 받는 시간을 겪게 되었다.


전에도 딱 한 번 그랬었다.

그 때도 큰 맘 (지금에 비하자면 절반 정도였던 것 같지만)먹고 회사를 관두고는 의도치 않게 거의 1년간을 쉬게 되었는데, 몹시 불안하기는 했지만 나는 스스로 '나중에 이렇게 긴 휴가는 갖고 싶어도 못 가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이 시간을 활용하려 애썼다. 이번에도 그럴까 싶었는데, 사실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그 당시는 단순히 업종이나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관두었던 것이었고 거의 바로 구직활동을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괜찮은 회사도, 나를 원하는 회사도 많지 않아 긴 시간을 경제적으로 힘겹게 보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였다면 관둘 이유가 없었던 회사를 관뒀고 (즉, 어디 가나 회사는 다 똑같다는 걸 알고 있는 나이였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그 덕에 조금 여유를 갖고  그동안 추스르지 못했던 것들을 추스르며 내 인생을 제대로 돌아보자 하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그 기회가 무산되다시피 너무 오래 지연되는 바람에 모든 리듬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무엇이 될까. 무엇이 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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