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5
가게를 본격적으로 운영한지도 이제 3주 정도 돼가면서 손님들이 자주, 반복적으로 하는 말들도 체크할 여유도 생겼다. 내가 가게를 열며 예상했던 혹은 바랐던 말들도 있고 전혀 예상 못했던 재미있는 얘기들도 오가는데, 그 자체로 흐뭇하고 재미있다.
1. 영화 제목 맞추기
우리 가게에는 여러 영화의 장면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엽서나 포스터 등이 많다 보니 이들을 두고 손님들이 하나하나 제목을 맞추는 게임(?)을 자주 하곤 한다. 거의 두 팀이 오면 한 팀은 제목 맞추기를 한다고 보면 된다. 직관적이고 예쁜 일러스트 때문인지 거의 대부분은 정답률 90%를 넘기곤 한다. 아주 간혹 정 모르겠을 때는 내게 물어보는 분들도 계신데, 답을 말씀드리면 '아! 맞아!'하며 또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이어가곤 한다. 이건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영화 굿즈를 통해 영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야기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2. 추억의 카세트테이프와 LP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
카세트테이프는 그 자체로도 최근 접하기가 어렵지만 영화음악으로만 된 카세트테이프를 이렇게 많이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보니, 다들 그 자체로 신기해하신다. LP 역시 이렇게 한꺼번에 영화음악만 모여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 마찬가지고. LP는 주로 신작들이 많다 보니 '아직도 엘피가 나오네'하는 반응들이 많고, 카세트테이프는 '와! 이것 봐. 테이프야'라는 감탄이 더 많다.
카세트테이프를 보며 부모가 자녀에게 '예전에 아빠도 테이프 많이 있었어'라고 말해 주는 모습은 내가 가게를 열며 꿈꿨던 장면 중 하나다. LP도 마찬가지고. 어린 시절 카세트테이프나 LP를 듣던 추억이 있던 분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워하고, 상대적으로 접하지 못한 어린 세대는 신기한 듯 호기심을 갖곤 한다.
재미있는 건 아예 접해본 일이 없는 어린 학생들은 카세트테이프나 LP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엘피를 보면서 '와! 이 안에 뭐가 들어 있을까?'라고 말하는 장면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이 들어 있는지 영상이 들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세대에게 우리 가게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 미지의 세계가 살짝 부럽기도 하고.
3. 이거 실제로 되는 거예요?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뭘 두고 하는 말이냐면 LP코너에서 제일 눈에 띄는 픽쳐 디스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픽쳐 디스크는 바이닐의 전후면 전체가 이미지로 이뤄져 있다 보니 화려하고 단 번에 눈길을 끄는데, 실제로도 재생용 보다는 전시용으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많이들 1차적으로 '이게 LP인가 아닌가'로 논쟁을 벌이고 2차적으로는 '재생이 되는 건가 아닌가'로 또 한 번 갑론을박을 벌이곤 한다.
얼마나 그런 대화를 많이 들었는지, 나조차도 '이게 실제로 되는 게 맞았지?'라며 되물었던 경우도 많다.
픽쳐 디스크, 실제로 됩니다. 되고요.
4. 사장님, 영화 일 하시던 분이세요?
이 질문도 은근히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보통 '아니요, 그냥 좋아해서요'라고 답하곤 하는데, 생각해보니 실제로 영화 일 근처에 가본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질문에 살짝 주저했나 생각해보니, 나는 회사를 다니고 나머지 시간에 좋아하는 영화와 관련한 활동들을 하면서 나 스스로 어느 정도는 영화 일을 언저리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뭐 여하튼. 지금 내가 하는 일도 영화 일이 아닐까?
5. 와! 그루트다!
펀코팝 피규어를 둘러보는 손님들의 반응은 대부분 '귀엽다!'와 '그루트가 없네'로 나뉜다. 그만큼 스타워즈와 마블, 여러 영화 캐릭터들을 통틀어 가장 손님들이 많이 찾을 정도로 그루트의 인기는 대단하다. 하지만 아쉬운 건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는 그루트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곧 입고 예정입니다).
그런데 가끔 분명히 없는 그루트를 찾아내는 손님분들이 계시다.
'와! 그루트다!' '귀여워!'라는 소리를 듣고 보면 다 다른 캐릭터를 보고 오해하신 경운데, 그 주인공은 바로 이 녀석이다.
살짝 귀여운 버전으로 나온 추바카를 보시고는 많이들 그루트로 오해하신다. 심지어 가게를 나갈 때까지 모르고 그루트인 줄 알고 가신 분도 계신다. 다행히 그루트라고 알고 구매하신 분까지는 안 계셔서 직접 설명드릴 기회는 없었지만, 그냥 국내에서 스타워즈의 인지도와 그중에서도 츄바카의 인지도에 대해 곱씹어보며 '네가 고생이 많다'라고 위로하곤 한다.
얼른 그루트가 입고되어 츄바카의 설움을 씻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