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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Oct 10. 2018

12. 첫 정산

분기에나 첫 정산을 할 줄 알았건만...

처음 가게를 열기 전 가장 많이 참고한 분야가 독립서점이었다. 영화 굿즈샵이 국내에 사실상 전무하기도 했고, 독립 제작물만 판매할 계획은 아니었지만 규모로 보았을 때 가장 유사한 분야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미 독립 책방을 운영했던 이들의 사례들과 인터뷰 들을 여럿 참고했었는데, 역시 가장 궁금한 건 매출이었다. 어떤 인터뷰에서는 아주 구체적인 금액을 알려주기도 해서 많은 도움이 되었었는데, 그 당시 결론은 뭐랄까, 이 사전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가게를 열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독립서점은 많은 책들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출판 제작자들로부터 각각 위탁 형식으로 판매를 하는 일이 많은 편인데, 당장 시작하는 시점에서 제정적으로 부담이 덜 되는 장점은 있지만 당연히 매입을 해서 판매할 때보다 판매 시 얻는 이익은 적을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나 역시 가게를 열면서 몇몇 작가들과 제작 스튜디오들에게 위탁 판매를 제안했고 고맙게도 모두 위탁판매를 결정해주셔서 잘 해오고 있는데, 오늘이 그분들께 첫 정산을 해주는 날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독립서점 운영자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정산 관련한 내용은, 기본적으로는 한 달을 정산 주기로 하지만 대부분은 판매량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분기별로 정산을 하거나 혹은 더 오랜 기간 이후에 일정 금액이 되면 정산을 하곤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위탁 판매라는 게 얼핏 생각하면 내가 부담 없이 재고를 쌓아두고 판매할 때마다 수수료를 얻게 되는 편리하기만 한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여러 회사 생활을 경험하면서 결코 이것이 편리하기만 하기보다는 부담이 더 큰 방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특히 제작자분들에게 첫 위탁판매 주문을 하면서 수량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으로 말씀을 드렸는데, 판매량을 예상할 수 없는 시점에서 잘 팔려서 재고가 부족한 것보다는 차라리 안 팔렸을 때 서로 부담이 없는 경우를 택한 것이다. 아마 내가 20대 초중반에 가게를 열었더라면 없어서 못 파는 일은 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과 일종의 컬렉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유 있는 개별 수량과 다양한 종류를 넉넉하게 구비해 두었을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 쇼핑몰 첫 오픈 멤버로 함께 하게 되었을 때 비슷한 근거로 재고를 쫙 깔아 두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이 재고를 다 터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절대 안 팔려서 악성 재고가 되는 제품도 여럿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위탁판매이긴 하지만 첫 주문 수량을 아주 보수적으로 정했었는데, 다행히 예상보다는 많이 팔려서 금세 또 추가 주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첫 정산도 분기 이후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한 달 만에 해드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영업 첫 달이 지난 이후 판매량이 너무 없어서 정산할 금액이 거의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각각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위탁판매의 의미를 가질 수는 있는 수준이라 정말 다행이다 싶다.


그렇게 오늘 첫 정산 금액 이체를 완료했다. 다음 달에도 부디 건너뛰지 않고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산해드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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