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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Dec 25. 2018

23. 골골 크리스마스

내가 이렇게 자본주의 인간이라니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둔 지난주 금요일부터 감기가 들었다. 처음엔 그냥 살짝 기운이 없는 정도의 감기였는데 그 날부터 계속돼서 결국 크리스마스이브에 정점을 찍었고, 오늘은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계속 골골한 상태다.


아, 그전에 한 가지 기록으로 남겨야 할 사건이 있었는데 감기가 시작되던 바로 그 금요일 가게에 깜짝 손님이 방문했었다. 바로 박정민 배우다. 평소 '파수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 깊게 본 영화였고, '동주' 역시 그 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좋았던 영화 중 하나일 정도로 익숙하고 또 팬인 배우인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아무런 대비 없이 만나게 되니 잘 안 놀라는 나도 조금은 놀랐다 (물론 겉으로는 티가 전혀 안 났음. 아마 내가 박정민 배우시죠? 하고 묻기 전까지는 몰라 봤다고 생각했을 듯). 물건을 계산할 때야 정중하게 사진 촬영을 부탁드렸고 의도치 않게 (본래는 배우님만 찍으려고 했는데)같이 사진도 찍게 되었다. 앞으로도 골골하고 지칠 때 아주 가끔 씩이라도 이런 행운이 찾아온다면 좋겠다.


본론으로 돌아와 그렇게 시작된 감기가 보통 같았으면 적당히 나았을 텐데, 걸린 시기가 좋지 않았다. 금요일 시작된 탓에 가장 바쁜 주말을 감기가 걸린 채 보내야 했는데 일요일은 정말 중간에 몇 번 문을 닫을까 싶을 정도였다. 아마 보통 같았으면 내 성격에 안 아픈 게 더 중요하지 하며 그냥 그날 영업을 접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쩍 줄어든 매출과 그나마 기대해볼 수 있는 주말 영업이라는 것 때문에 나조차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골골한 몸을 이끌고 주말 이틀을 풀로 영업했고, 24일은 본래 월요일이라 쉬는 날이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라 혹시 몰라... 하며 아내가 나가 몇 시간을 또 영업을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인 오늘. 어제 하루 종일 끙끙 앓은 탓에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상은 아닌 몸을 이끌고 가게에 나왔다. 그래도 오늘은 다행히 나온 보람이 있게 평소 주말 매출을 조금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진짜 다시 생각해봐도 보통 같았으면 그냥 나을 때까지 쉬자고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내가 낯설다. 이 놈에 감기가 빨리 떨어져야 할 텐데 내일까지 계속된다면 정말 내일은 하루를 쉬어야겠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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