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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Dec 09. 2018

21. 추위라곤 몰랐지 내가

목조 건물의 이중성

어렸을 때 몇 년 간 약수터 아래 기와집에서 살며 겨울이면 방안에서도 입김이 나던 시절 이후로 추위라곤 몰랐던 내게, 어제오늘 추위가 찾아왔다. 어제는 군산에 첫눈도 내리면서 기온이 0도 가까이 떨어졌는데, 오늘은 영하로 까지 떨어지며 가게 창 밖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모두 롱 패딩으로 단결시켜 버렸다.


일본식 목조 주택을 기반으로 한 가게 건물은 아무래도 보통의 건물들과 달리 추위에 취약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았는데, 역시 그랬다. 사실 눈이 이번엔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펑펑 함박눈이라도 내린 뒤엔 어떤 결과가 생길지 아주 조금 걱정도 된다. 요즘은 가게에 있다 보면 천정에서 중간중간 '딱' '딱'하고 소리가 나는데 오래된 나무가 수축과 팽창을 하며 나는 소리다. 솔직히 불안한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살아 숨 쉬는 공간 안에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사실 살아있다는 건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일들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간이야 말할 것도 없고 건물도 그런데, 잘 열리던 문이 비가 오고 나면 뻑뻑해져서 잘 안 열리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무가 온도에 따라 미세하게 수축하고 팽창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조용한 가게에 혼자 있을 때 깜짝 놀라기도 한다. 오늘도 어제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잘 열리던 출입문이 오늘은 훨씬 더 뻑뻑해졌는지 손님 절반 이상이 두 번 세 번 힘을 주어 열고 들어오셨다. 


가게 지붕에 고드름이 생겼다. 이거 따가는(?)분들도 계시더라


다시 추위로 돌아와서. 더위는 견디기 힘들어해도 추위는 비교적 즐기는 편인 내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히트텍이나 핫팩, 두꺼운 외투 등이다.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고 있는 롱 패딩도 죽기 전에 입어볼까 싶다. 그런데 어제오늘 처음으로 핫팩을 꺼내 들었다. 연신 흔들고 손을 비비지 않고서는 당할 수가 없는 추위였다. 출근하면 환기를 한 동안 시키고 바로 히터를 켜긴 하는데 천장이 높고 공간도 히터 용량에 비해 아주 작지는 않다 보니 전체적으로 따듯해지는데 한참 시간이 걸린다. 그나마도 히터 반대쪽은 전혀 데워지지 않아 냉골 그대로다. 그리고 목조로 여기저기 끼워 맞춘 방식이다 보니 벽 곳곳에서 바람이 세어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틈도 그날그날 틈새의 크기가 아주 미세하게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듯하다.


이제 겨우 겨울의 시작인데 목조 건물에서 보내게 될 이번 겨울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지. 막 히트텍도 챙겨 입고 롱 패딩에 핫팩 붙이고 어그 부츠에 난로까지 쐬게 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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