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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Feb 22. 2019

32. 희열, 군산

점점 군산의 일원이 되어 간다


지난 12월, 가게로 누군가 내가 없을 때 찾아와서 명함을 주고는 이런 프로젝트가 있으니 혹시 인터뷰가 가능할지 문의를 남겼다. 그분은 근처 동네 서점인 마리서사의 주인장이었고 마리서사를 중심으로 군산에 대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무크지 형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월명동 시간여행자 거리에 위치한 개성 있는 가게들의 대표들을 인터뷰하는 꼭지가 있는데 내게도 의뢰가 왔던 것이다. 


사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지만 내게는 딱 하나가 있었다. 일단 그전에 더 그럴듯한 이유를 말하자면, 우리는 아직 군산에서 가게를 한지 겨우 반년밖에 되지 않은 가게인데 이런 프로젝트의 가게 중 하나로 소개되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아직 우리도 파악해 가는 중인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조심스럽기도 했고. 하지만 거절을 진심으로 고민하게 만들었던 건 다른 이유였다. 아주 개인적인 이유인데, 사진 촬영 때문이었다. 인터뷰 제안에 회신을 드리면서 '저기... 제 사진만 찍지 않으면 가능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었는데, 왜냐하면 지금이 내 인생에 최대 몸무게를 자랑(?)할 정도로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나와 실제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이 현격하게 차이가 있는터라, 가급적이면 사진이 찍히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그것도 기록으로 남는 인쇄물이라니 더더욱.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안 찍는 방향으로 해보자고 했는데, 결국 나중엔 가게가 중심이 아니라 젊은 CEO가 중심인 인터뷰라 사진 촬영을 안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고, 정말 큰 결심 해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12월 말에 나눴던 인터뷰 기사가 어제 '희열, 군산 (HERE, GUNSAN)'이라는 제목의 잡지로 내 손에 들어왔다. 나는 당연히 그놈의 사진(!)이 어떻게 나왔나부터 확인을 해보았는데, 역시나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내 상상 속과는 전혀 다른 후덕한 주인장이 앉아 있는 모습에 나는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윽.


얼마 전 케이블에서 순풍산부인과 베스트 에피소드를 재방송해주는 걸 봤는데, 그중 박영규가 산부인과 인터뷰 기사에 무직이라고 나온 게 억울해서 (인터뷰 당시는 무직, 발간 시에는 학원강사라서) 잡지가 발간되는 날 공장에 가서 일일이 무직이라고 나온 부분을 스티커로 지우는 에피소드를 인상 깊게 보았는데, 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인쇄물뿐만 아니라 후에 PDF로 배포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다시 한번 이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나는 그저 이 잡지에 한 꼭지로 (정확히 말하자면 두 꼭지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나누는 대담 코너에도 참여했다) 참여했을 뿐이지만, '희열 군산'은 과거는 물론 현재의 군산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자료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군산에 실제로 와보고 살아보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아니 오해했던 것들이 많은데 그런 점들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고 점점 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현재의 군산을 발견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가게를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한 인터뷰라 부족한 점들도 많았지만, 처음으로 군산에서의 마이페이보릿 활동을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아... 이렇게 점점 군산의 일원이 되어 간다. 


정말 살찌게 나온 컷은 이 글엔 (당연히)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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