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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r 19. 2019

36. 시네마 플리마켓

이렇게 가끔 외부 활동도 하고 지냈으면

지난 토요일(3월 16일)은 마이페이보릿의 이름으로 처음 참여한 플리마켓이 있었다. 서울 살 때 종종 영화 보러 갔었던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열리는 첫 번째 플리마켓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영자원 측에서 참여 제안을 주셔서 잠깐 고민 뒤에 참여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참가가 다른 업체에 비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인데, 이동 거리나 제품을 옮기는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 날이 토요일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다시 비수기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아니 그래서 더더욱 주말 영업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매장 영업을 하루 접고 가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모님이 하루 아이를 봐주기로 하셔서 나는 상암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참여하고, 아내는 군산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사실 영화 굿즈 스토어를 운영하게 되면서 꿈꿨던 소박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플리마켓에 셀러로 참여하는 것이었다. 뭔가 평소 동경의 대상이었던 브랜드들을 같은 동료로서 만나게 되고, 또 무엇보다 소비자로서 참여하려면 줄도 서야 하고 힘든데 좌석이 보장된(?) 셀러로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어드벤테이지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평소 갖고 싶던 굿즈들은 전혀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플리마켓 오픈 전에 한 바퀴 여유롭게 돌아볼 시간이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1시간 반이나 일찍 도착해서 준비했음에도 시간이 빠듯했고, 무엇보다 혼자 부스를 운영하다 보니 전혀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 다른 부스는 아예 구경조차 못했다. 나중에 다른 분들의 후기를 보고서야 '아,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제품을 판매했었구나..'알게 되었을 정도였다. 옆 자리였던 플레인 아카이브 제품만 겨우 곁눈질로 확인했을 정도.



이런 플리마켓에 셀러로 참여하는 것이 처음이라 제품을 얼마나 갖고 가야 할지 감이 없었는데, 그래서 결국 내가 끙끙 싸들고 갔던 짐이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 아직도 파악이 다 안 되지만, 처음 시도 치고는 적당한 수량이었던 것 같다. 속으로는 그냥 서울의 영화 마니아들에게 홍보를 하는 자리만으로도 의미 있겠다 싶은 쿨한 마음을 갖기도 했지만 (왜 아무도 모르는 속마음인데 이런 거짓 마음을 내세우는지 나도 모르겠다 ㅎ), 사실은 그대로 다시 군산으로 들고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계획 (혹은 예상)은 있었다. 군산 매장의 주 소비자층은 관광객인 것에 반해 이런 플리마켓에 소비자층은 영화 마니아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매장에서는 묻혀 있던 귀한 아이템들을 플리마켓에서는 소진할 수 있겠다는 예상이었다. 그리고 이런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특별히 이번 플리마켓 만을 위해 판매한 제품이 거의 없었는데도 매장에 있던 재고 만으로 (어쩌면 매장에서는 잘 판매되지 않는 재고 만으로) 대부분의 판매를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타겟팅 덕분이었다. 특히 바이닐이나 일본 팜플렛의 경우 대중적인 작품들에 비해 마니아 분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들이 거의 다 빠졌다. 


이번 플리마켓에 참여하면서 세웠던 장대한 계획은, 앞으로 이런 행사에 종종 초청되어서 매장에서는 잘 소비되지 않지만 마니아들은 관심 있어할 만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매장에서는 평소 대중적인 아이템들을 판매하면 밸런스도 맞고 전체적인 매출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는 점이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방 관광지에 매장을 둔 우리 만이 갖는 장점이라 하겠다. 그 장점을 이런 형태로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12시부터 5시 반까지 진행된 플리마켓은 정말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이었다. 혼자 부스를 운영하다 보니 좀 정신이 없었는데, 혼자 긴장하고 바쁜 탓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손님들을 잘 응대했는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가져간 제품을 그대로 다시 가져오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 3월 1일 기록적인 매출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일일 매출을 플리마켓에서 올렸다. 이 날은 매장 매출도 그 간에 비해 높은 편이었는데, 정말 3월 매출에 단비 같은 날이 아닐 수 없겠다. 


플리마켓이 끝나고 도저히 몸이 쑤시고 다리가 아파서 하루를 호텔에서 보내고 돌아왔다. 호텔에서 씻고 나와 침대 위에서 결과물을 늘어놓고 마켓 중에는 살짝 확인만 해봤던 (그리고 속으로 환호를 질렀던!) 매출을 현금 매출까지 더해 제대로 확인해보는 순간은, 마치 결혼식 날 저녁 호텔에서 축의금을 확인해보던 때 같았다. 역시 자본주의 세상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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