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쉬타카 Apr 03. 2019

39. 계속해야 재밌는 거죠

계속해 보겠습니다

몇 년만인지도 모르겠는데, 예전 같이 회사를 다니며 경영진의 온갖 모략과 음모에 맞서 함께 싸웠던 동료인 C가 연락이 왔다.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가 연락을 해올 경우 정말 반가운 일 때문이거나 또 다른 음모(?) 때문일 텐데 (예전엔 주로 다단계나 사이비 종교 등이 이런 음모에 속했다), 다행스럽게도 정말 반가운 보통의 전화였다. 


C는 아직도 그 당시 다니던 회사와 동종업계 (물론 그 회사는 진즉에 관뒀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우연히 음반 수입사의 단체메일 받는 사람 목록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전화를 했다고 했다. 사실 나는 벌써 그 받는 사람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던 터라 C를 비롯해 몇몇 이전 동료들을 확인했었지만, 별다른 액션은 취하고 있지 않던 터였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받는 사람이 여럿 일 경우 이렇게 보내서는 안 된다. 숨은 참조로 보내야지. 아, 이런 건 정말 회사를 관뒀지만 견디기가 힘들다.


그렇게 메일 목록에서 나를 확인하고는 아마 물어 물어 현재 뭘 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게 된 모양이다. 그래서 나에게 '재밌는 일 하신다면서요?'라고 물었는데 나도 모르게 '계속해야 재밌는 거죠?'라고 답을 했다. 그랬더니 C는 '어? 그럼 지금은 안 하는 거예요?'라고 되물었고 나는 '아니, 계속하고 있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계속해야 재밌는 거죠'라는 말에는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 안에는 지금 일이 분명 재밌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과연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어있다.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미리미리 고민하고 있는 가장 큰 주제는 역시 '계속하는 것'이다.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계속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까? 같은. 이제는 나나 아내나 둘 다 회사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일을 생업으로 수많은 시간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겨우 1년 차이지만 계속한다는 것은 아마도 이 일을 하는 이상 계속되는 고민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하는 것뿐만 아니라, 계속 잘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38. 3월 결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