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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Apr 26. 2019

44. 꿈꿔왔던 순간

바로 지금

금요일은 그래도 제법 손님이 있는 날이지만 오늘은 4월 말 같지 않게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과 오고 그쳤다를 반복하는 비 탓에 홀로 가게에 앉아 한적함을 만끽하고 있다. 공기가 차서인지 요 며칠 한적했던 평일과는 다른 느낌의 한적함이다. 


그렇게 가게에서 홀로 카운터에 앉아 얼마 전 동네 책방에서 산 '아무튼, 식물'을 읽어 내려가는 중에, 가게에 틀어 놓은 '블루 발렌타인' 사운드트랙 중 'You and Me'가 흘러나왔다. 그때 나는 무의식 중에 책을 잠시 읽다 말고 고개를 들어 가게 안을 바라보다 3인칭 시점이 되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포함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바로 사진 한 장을 찍고 이 글을, 아니 이 순간을 남겨야겠다 싶었다.


누구나 막연하게 꿈꾸는 순간들이 있다. 거창하게 무슨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대형 무대에서 공연하거나 하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아주 사소한 순간을 꿈꾸기도 한다. 내가 가게를 열며 막연히 상상했던 순간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한적한 어느 날, 읽고 싶은 책을 카운터에 앉아 읽는 와중에 스피커에서는 좋아하는 노래가 우연처럼 흘러나오고, 이 순간을 만약 누군가가 본다면 아주 여유롭게 느껴질 것만 같은 순간 말이다.


조금 전이 바로 그랬다. 영화 굿즈샵을 열며 막연하게 꿈꿔왔던 순간이 바로 1분 전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행복했던 순간.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배경으로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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