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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y 08. 2019

46. 반짝반짝한 것들로 찬 공간이 되고 싶.

디깅도 쉬운 일이 아니야

셀렉샵. 편집샵.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만을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라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이나 아이템 혹은 중고나 유니크한 수입 제품들 등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종류의 상점들을 이렇게 부르곤 한다. 마이페이보릿 역시 일종의 영화 셀렉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셀렉샵의 경우 이른바 '디깅'이라는 작업은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테면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서 가게에서 판매할 만한 아이템들을 끌어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도 가게를 열기 전에 온라인은 물론이고 국내 여러 가게들과 일본까지 돌며 관련 아이템들을 디깅 했었다. 그중에는 정말 구하기 힘든 아이템들도 있었고 아주 어렵지는 않으나 발품을 들여야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들도 있었다. 이제 가게를 오픈한 지 거의 10개월이 다 되었는데, 오픈 전 열심히 끌어 모은 아이템들의 1차 소진 시점이 온 것 같다. 물론 물건이 다 팔린 것은 아니지만 질적인 면으로 보았을 때 정말 소장 가치가 있는 아이템들 다수가 판매되어서 새로운 유니크한 아이템들을 온라인으로만 구하는 것에는 1차 한계가 온 듯하다.


직접 자신들의 브랜드로 제품을 제작하는 제조업도 말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우리 같은 셀렉샵은 시간이 갈수록 아이템 소싱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어떤 아이템을 소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계속된다. 판매가 잘 되는 대중적 아이템 위주로 매입을 하자니 전문 샵이라는 콘셉트가 흐려질 우려가 있고, 마니아 적인 아이템들을 소싱하자니 구하는 것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이런 마니아 층이 탐낼 만한 아이템은 우리 같은 오프라인 샵에서 소비되기보다는 1차적으로 마니아들도 나와 같은 루트로 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약점이 있다.


내 성향은 대중과 마니아에서 살짝 마니아에 치우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요새 덕력이 많이 떨어졌다), 이런 균형을 맞추는 것을 일단 떠나서 새로운 아이템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에 점점 더 어려움을 느낀다. 쏟아지는 라이선스 제품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 아이템을 수급하기가 쉽지 않고, 마니아들이 탐낼 만한 아이템 역시 점점 더 수급이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정말 한 보름 정도 가게 문을 닫고 제품 수급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하나 생각 중이다. 진지하게. 음식점이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계속 새로운 브랜드, 작가들을 찾아내고 소개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고, 구하기 힘든 물건을 득템 하는 것도 조금 더 앞서야 한다. 그리고 짧게 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관련한 법규들을 준수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일들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사실 이 업계는 너무 저작권 등을 무시하는 판매자가 많다. 소비자도 마찬가지고).


이런저런 고민들을 해결해서 앞으로도 반짝반짝한 아이템들로 찬 (차마 가득 찬이라고는 못하겠다) 공간으로 계속해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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