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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y 12. 2019

48. 편집샵의 딜레마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면 일단 해보는 게

가게 홍보를 위해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다가 팔로우하고 있거나 유사한 다른 브랜드의 계정을 둘러볼 때면 나 혼자 '욱'하고는, 또 바로 '큭'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직접 자신들만의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브랜드의 경우라면 그럴 일이 없겠으나 (아, 있다. 수많은 카피캣들을 보며 욱할 때가 있었지), 우리 같은 편집샵의 경우 판매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기성 제품이기 때문에 종종 같은 제품을 파는 다른 편집샵이나 서점 등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이렇게 같은 제품을 발견하게 되면 처음엔 나도 모르게 욱하게 된다. '아니, 이 제품은 우리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시그니처 같은 상품인데 이걸 다른 곳에서도 팔기 시작하다니!'라며 말이다. 


그러고는 곧 '아, 맞다. 이건 우리만의 독점 제품도 아니지'하며 큭 하고 혼자 실실 웃게 된다. 그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긴다. 좋게 얘기하면 그만큼 우리가 직접 만든 제품은 아니더라도 마치 내 자식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정을 갖고 발굴하고 판매해 왔다는 것일 테고, 나쁘게 얘기하자면 누구나 조금만 공을 들이면 쉽게 판매할 수 있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이라는 말도 된다. 솔직히 업무의 많은 시간을 이런 제품을 '발굴'하는 데에 쏟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을 보고는 여기서만 판매하는 제품으로 알고 가시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b2b도 아니고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우리 가게에 맞는 제품을 찾아내고 판매까지 만드는 과정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인데, 이런 과정에는 별도의 인센티브가 책정되지 않다 보니 누군가가 쉽게 같은 제품을 팔기 시작하면 솔직히 마음이 쓰리다. 따지고 보면 나 조차도 누군가의 피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을 찾게 되는 일도 여럿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런 고민도 든다. 제품 홍보를 위해 입고 시 SNS에 공개하는 것이 더 좋을까, 아니면 경쟁자들은 없는 우리 만의 유니크함을 위해 제품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까.


이 고민의 정답은 이미 나와있다. 이런 사소한 것으로 고민하지 않을 만큼 훌쩍 다음 단계로 나아가 버리는 것이다. 그때쯤 되면 오히려 다른 샵들이 우리 입고 목록을 보고 따라오는 것에 더 뿌듯함과 긍지를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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