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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y 15. 2019

49.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쓰는 즐거움

'아무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정말 즐겁다!

처음 원고료를 받고 글을 썼던 게 언제인가 생각해보니 정말 까마득한 옛날이 아닐 수 없다. 2002년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 다니던 회사가 음반/DVD 쇼핑몰이어서 우연한 기회에 DVD전문지에 리뷰를 기고하게 되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이후 다사다난한 그래프를 겪기는 했지만 어쨌든 꾸준히 원고료를 받으며 글을 쓰게 되었다. 


꼭 원고료를 받고 쓰는 글이 아니더라도 블로그나 어떤 매체에 글을 쓰게 될 경우, 글 쓰는 것 못지않게 글의 반응이나 확산에도 관심이 많았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글을 하나 쓰고 나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을까 다양한 루트를 연구해 갔다. 블로그 글로 따지자면 더 많은 조회수나 추천수, 좋아요 수를 받기 위한 노력이 더해진 결과 은근히 자주 포털 메인 등에 노출되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의 경험도 제법 해봤다.


지난해 초였던 것 같은데, 거의 10년 정도 기고를 해오던 한 전문 커뮤니티의 리뷰어를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다. 그땐 지금 하는 일을 준비하느라 여력도 부족했고, 이미 그전부터 누적돼 온 피로도까지 겹쳐져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예전보다 글 쓰는 일에 소홀해질 수 밖에는 없게 되었는데, 다시 약간의 여유가 생기고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보다 조금 더 앞선 시점에 일어난 일로는, 이미 블로그를 워드프레스로 옮긴 일이 있다. 이때부터 사실상 글을 더 노출하고 조회수를 높이는 일에서는 벗어나고자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자신이 쓴 글을 한 명이라도 더 보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더 발전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활동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나는 뭔가 피로도가 한계치를 넘어선 것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도, 브런치도 별로 홍보에는 더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


포털 메인에 노출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게 되고, 반응하고 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쓰는 것도 묘한 즐거움이 있다. 더 이상 반응에 신경 쓰지 않게 됨은 물론, 관심을 받지 않는 공간에 계속 나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는 쾌감이 은근히, 아니 정말 좋다. 오히려 더 몰랐으면 할 정도로. 


그렇게 나는 요즘, 글 쓰는 자유로움을 나 홀로 만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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