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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n 13. 2019

58. 로컬라이즈 군산

적당히 흥해라 군산!

몇 해 전부터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도시 재생이다. 과거엔 화려했으나 현재는 상업적인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구도심을 다시 살리기 위해 청년 창업을 유도하거나, 최근 불고 있는 뉴트로 열풍에 맞춰 지방 소도시의 장점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부흥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들이 그렇다. 


몇 달 전부터 군산에서도 이런 비슷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름하야 '로컬라이즈 군산'. 사실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된 건 한참 전이다. 거의 초기 단계에서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우리는 이미 창업을 한 사업자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사업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투자를 받는다는 것이 그저 공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더 힘든 일이라는 걸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미 잘 알고 있었고, 가능한 한 투자받지 않고서도 잘할 수 있으면 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도시 재생이라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들이 음식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로컬라이즈 군산도 그런 취지가 아닐까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컬라이즈 군산은 조금 다르긴 달랐다. 일단 음식점 창업, 오프라인 매장 창업 위주의 도시 재생 투자가 아닌 콘텐츠 회사 중심으로 팀을 선정했다는 점이 가장 달랐다. 솔직히 수많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오프라인 매장 창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것이 가장 눈으로 성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없던 자리에 새롭게 매장이 오픈하고 또 손님이 드나들고 매출이 바로 눈에 보이고 하는 것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손쉬운 (하지만 그만큼 쉽게 사그라드는)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로컬라이즈 군산은 거의 대부분이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참여 팀들이 콘텐츠 회사였다. 


물론 회사를 다니며 사업적으로 냉정함을 얻게 된 입장에서 보았을 때 콘텐츠 회사라는 건 그럴싸해 보이지만 BM이 뭐냐고 질문했을 때 대부분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거나, 너무 허황된 답변이 돌아올 때가 많다. 물론 스타트업이라는 건 상업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 편으론 조금은 허황된 꿈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를 테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같은. 모두가 상업적인 것만 고려한다면 결국 더 좋은 세상은 아무도 꿈꾸지 않게 될 테니까. 그렇게 내게 로컬라이즈 군산에 참여한 팀들은 풋풋하고 그래서 아쉬운 점들도 많지만, 또 그래서 부럽기도 한 존재였다.


고맙게도 로컬라이즈 군산에 참여하고 있는 팀들과는 이렇게 저렇게 여러 인연을 맺게 되었다. 모두들 먼저 찾아와서 우리 가게를 좋아해 줬고, 또 자신들이 하는 사업에 우리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군산에서 시작한 건 아주 조금 먼저일 뿐인데 그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함도 들었다. 


사실 나 혼자 재미있었던 점은 따로 있었는데 오랜만에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팀들을 보니 예전 회사 다닐 때 전공이 생각나서 이것저것 신나게 컨설팅이나 브랜딩 아이디어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다른 회사들을 마케팅해주고 컨설팅해주는 것을 질리도록 하고 드디어 내 가게를 갖게 되었는데, 정말 오랜만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신나게 컨설팅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며 혼자 키득키득 웃기도 했다. 


그렇게 몇 달간 알고 지냈던 로컬라이즈 군산 팀이 오늘 최종 발표 자리가 있었다. 물론 아직 정식 프로그램이 종료되려면 몇 달이 더 남았지만 이번 발표 자리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로컬라이즈를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가게로 금방 복귀해야 해서 긴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사업과 관련된 발표들을 들으니 예전 생각도 나고, 묘하게 자극도 됐다. 


나도 얼마나 군산에서 가게를 하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참여한 팀들 가운데서도 몇몇은 그래도 오래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저렇게 또 도움을 주고받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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