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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n 20. 2019

60. MD / 굿즈, 아니 라이센싱의 시대

라이선스 사업이 짱이군

우리는 서점도 아니고 음반샵도 아니다. 일종의 편집샵이자 셀렉샵 형태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굿즈샵이다. 이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한 번에 이해시키는 것이 솔직히 쉽지는 않은데, 공식적으로는 '시네마 스토어 (Cinema Store)'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영화 굿즈샵/스토어라는 이름도 병행으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 굿즈 (Goods)나 MD (Merchandise) 개념은 해외 뮤지션들의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를테면 티셔츠나 액세서리 같은) 처음 등장했던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MD/머천다이즈 상품이라는 말이 훨씬 더 많이 사용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MD상품은 미국 등 서양에서 사용하는 단어고 굿즈는 일본 쪽의 관련 상품을 가리키는 단어라고 할 수 있는데, 해외 뮤지션 등의 아이템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관련 아이템으로 무게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굿즈라는 개념이 훨씬 더 널리 사용되었던 것 같다.


영화 굿즈샵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제품 소싱,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식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수급하는 일이다. 정식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건 바로 정식 수입제품이거나 국내에서 별도로 라이선스를 받은 제품을 말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영화 관련 라이선스 시장은 (적어도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기엔) 그리 크지 않았다. 마니아들의 시장이야 계속 있어왔지만 아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영화 굿즈 시장이 더 커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예전엔 좋아하는 영화 관련 굿즈 상품을 소싱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일단 국내에 라이선스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수입 제품은 가격대가 높아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이후 라이센싱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수급할 수 있는 제품의 폭은 확실히 넓어졌지만 오히려 너무 많아진 탓에 아쉬워진 부분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굿즈를 위한 굿즈 생산이 아닌 프로모션, 마케팅을 위한 굿즈, 라이선스 제작이 엄청 많아졌다는 것이 포인트다.


요 근래 새로운 제품을 수급하기 위해 인기 있는 브랜드들의 라이선스/수입 제품들을 알아보다 보면 매번 겪는 일이 있다. 마블이나 해리포터, 최근 개봉 예정인 토이스토리 등 높은 대중적 인기를 끄는 작품은 물론, 넷플릭스 드라마인 '기묘한 이야기'처럼 조금은 마니아층이 더 강한 작품들까지 요새는 다양한 굿즈들을 시장에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앞서 말한 프로모션용 제품으로 말이다. 단적인 예로 가장 커다란 굿즈 시장을 갖고 있는 마블(어벤저스)의 경우 거의 모든 분야에서 라이센싱 제품을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기본적인 장난감과 도서 등은 물론이고 다양한 생활용품, 의약품, 금융상품, 의류, 학용품, 심지어 자동차까지. 마블 관련 제품으로 자신의 집을 꾸미는 것은 더이상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 같이 소규모로 전문샵을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은 힘 빠지는 경우들도 있다. 왜냐하면 예전만 해도 이런 굿즈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우리 같은 작은 가게도 경쟁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메가 브랜드들에서도 쉽게 관련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보니 희소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굿즈샵을 운영하는 주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덕후로서는 좋아하는 영화를 다양한 굿즈들로 만나볼 수 있는 요즘이 즐겁기도 하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나 규모를 느낄 때마다 좌절 아닌 좌절을 하게 된다. 


최근 토이스토리 4와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 맞춰 관련 아이템들을 수급하는 중인데, 요 근래 정말 관련 제품이 많이 나와도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게 피부로 막 느껴진다 (느끼기 싫어도 느껴질 정도). 나조차 한 편으론 '와! 역서도 토이스토리가 나오네!' 하며 구매를 하고 있고, 다른 한 편으론 '으... 우린 이제 뭘로 경쟁력을 갖지' 싶어 우울해진다. 


굿즈샵을 하고 있는 와중에 굿즈의 시대가 온 건 반길 만한 일일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모든 브랜드가 나서서 라이센싱 제품을 내는 상황까지는 생각을 못해봤다. 어떡하면 이런 시대 속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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