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쉬타카 Jun 23. 2019

61. 오랜만에 받은 새 명함

마지막 명함이길

명함이 나왔다. 이 얼마 만에 받아 본 새로운 명함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그동안 내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로고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로고를 만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 가게를 오픈하던 시점부터 당연히 로고 제작을 기획했었는데, 여기저기 주변 아는 디자이너 분들께 제안을 했었지만 한 번은 진행 초기에 사정상 중단이 되었고, 그 이후는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정중히 거절을 하셔서 또다시 중단이 되었다. 이때만 해도 로고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가 없을 때였다. 보통 영화와 관련된 업종의 경우 필름이나 영사기 등등의 오브제를 활용한 로고가 많은데, 나는 일단 영화와 관련된 직접적인 오브제를 선택하는 로고는 피하고 싶었다. 시네마 스토어라는 업종의 형태가 복합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단 한 가지 오브제를 대표로 내세우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여러 가지 오브제를 다양하게 등장시키는 일종의 선물세트/박스 아이디어였는데, 중간에 다른 이유로 진행이 중단된 점도 있지만 아마 정상적으로 진행했더라도 취소되었을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구현되면 또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제안을 해보았지만 구현되기 전에, 아 이건 좀 명확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복잡한 생각들을 해보았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애초에 명확한 답이란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로고를 만들며 예전 회사 다닐 때가 문득 생각났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때 서비스 명이나 로고, 심지어 회사명까지 고민해볼 경험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기운 빠지는 일이 많았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애초에 명확한 답이라는 게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결국 결정권자가 마음에 드는 버전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회의라는 형태로 모으게 된다. 그래서 정말 내 회사, 내 서비스라는 심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골머리를 써서 내놓지만 '그게 뭐야'라는 식의 대꾸와 함께 결국은 경영진에서 마음에 드는 걸 (주로 경영진에서 낸 아이디어로)로 결정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럴 거면 왜 아이디어를 내라고 했냐고!!'

내 회사, 내 브랜드의 로고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여럿이서 고민해야만 했던 (그래서 한 명이 결국 결정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만약 회사 일이었다면 이거 가지고 서로 마음만 상하고 엄청 시간도 오래 걸렸겠지' 싶은. 


다시 얘기로 돌아와 그렇게 몇 달간의 휴식기 아닌 휴식기를 보낸 뒤 더 늦기 전에 로고를 만들어야겠다 싶었고, 또다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끝에 아는 영화사 대표님이 다른 영화 관련 프로덕션을 소개해 주셨고, 소속되어 있는 디자이너 분과 연결이 되었다. 사실 이번에는 처음과는 달리 좀 더 명확한 비전이 있었다. 어떤 그림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그래서 거의 말과 첨부 파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디자이너 분께 설명드렸고 최종적으로 썩 마음에 드는 로고/앰블럼이 나왔다.


어차피 영화 관련한 여러 가지 오브제들을 다 등장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 가지 만으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냥 좋아하는 걸로 상징적인 이미지만 가져가자는 것이 이번 로고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무언가 오래된 가문의 인장 같은 빈티지한 스타일의 앰블럼 형태를 생각했고, 우리 브랜드에 맞게 귀여움이 더했으면 했다. 최종적으로 앰블럼의 중심에는 우리 집 고양이 '핸썸이'를 넣기로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고양이 관련 제품 업체인가?' 할 수도 있지만 이런저런 의문과 해답을 다 충족하는 버전은 없기 때문에 그냥 좋아하는 이 버전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인지되도록.


다시 명함 이야기로 돌아와, 그렇게 만든 로고를 넣어 내 브랜드의 첫 번째 명함을 완성했다. 회사 다닐 때마다 여러 버전의 명함을 받을 일이 있었는데, 이직할 때 보다 승진할 때가 많아 명함을 자주 바꿨던 건 나름 자랑이다. 그렇게 비교적 자주 새 명함을 받을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 마이페이보릿 명함은 마지막 명함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회사를 다닐 일도 없을 테고 (없어야 해!) 다른 사업을 할 일도 아마 없을 테니 말이다(제발 없어야 해!).


그렇게 새로 받은 마이페이보릿 첫 명함



매거진의 이전글 60. MD / 굿즈, 아니 라이센싱의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