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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n 16. 2019

59. 한가한 날들을 견디는 잔기술

잔기술만 늘어간다


요 며칠은 도대체가 요즘이 성수기인지 비성수기인지 모를 정도로 매출의 폭도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의 수도 차이가 크다. 어제 그제는 평일임에도 요즘 주말에 버금가는 매출을 올린 한 편, 주말인 어제와 오늘은 잔뜩 기대한 것에 반해 평일 매출 정도를 겨우 올리는 수준이다 (일요일 오후 4시 반 현재까지 그렇다). 


장사가 안될 때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골목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이상하게 가게 온 손님들 중에 구매로 연결되는 확률이 현저히 떨어질 때고, 다른 하나는 골목에 사람은 물론 우리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의 수 자체가 적어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다. 


요즘은 좀 애매한 수준인데 사람이 아주 적은 것은 아니지만 들어오는 손님들 가운데 구매를 하는 분들의 수도 적어서, 긴장을 완전히 놓거나 혼자 가게에서 길게 무엇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없는 편이다. 예전에도 한 번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 가게는 다른 골목의 다른 가게에 비해 상당히 많은 손님들이 들어오는 편이다. 확률적으로는 거의 입장한 손님의 10% 정도만 구매를 하는 것 같은데 어떤 날은 더 떨어질 때도 있다. 


오픈하고 초기에는 정말 인사를 열심히 했다. 손님이 구매를 하건 안하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모두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를 비교적 힘껏 외쳤다. 그렇게 몇 달을 하고 나니 어떤 날은 너무 인사를 많이 해서 목이 쉬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인사를 하는 건 사실 크게 힘들지는 않은데 하나 서운한 건 인사 역시 10번 하면 1명 정도가 인사를 받아준다는 점이다. 나는 평소에 다른 가게에 갈 때도 거의 100% 인사를 되받는 편인데, 막상 내가 장사를 해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사에 별 반응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사가 다시 돌아오는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인사를 하면 할수록 어쩔 수 없이 힘이 빠지더라. 그리고 구매를 하지 않은 손님들이 더 많다 보니 인사를 하는 나도, 인사를 받는 손님도 힘이 빠지거나 조금은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한 가지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한가한 날들을 견디는 잔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좀 더 덜 심심하고 기운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사를 손님이 들어올 때만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게 단순히 내가 편하려고 하는 일이라면 '구매를 안 하면 인사도 안 해주는 거냐!'라고 서비스 질에 항의할 수 있을 텐데, 적지 않은 시간을 지켜보니 구경만 하고 나가는 분들께 인사를 했을 땐 오히려 그분들이 좀 더 미안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도망치듯 나가는 분들도 있었고, 역시나 무시하고 나가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분들도 계셨고.


그래서 손님들도 좀 더 구매에 부담을 갖지 않고 나도 좀 기운이 덜 빠지는 방법으로, 구경만 하고 나가는 손님은 들어올 때만 인사를 드리고 나가실 땐 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 기존보다 인사를 절반 정도 안 하게 된 것인데 일단 나는 제법 효과가 있다. 


그런데 사실 '손님들이 좀 더 구매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하는 것은 가게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명백한 손해다. 바꿔 말하면 스무스하게 어떡하면 좀 더 조금이라도 (부담이라도 느껴서) 구매를 하게 만드는 것이 기술이라면 기술일 거다. 실제로 그런 기술을 기존에는 많이 써보기도 했다. 카운터에 앉아서 내가 손님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컴퓨터를 할 때와 나갈 때까지 계산대 앞에 서서 계산을 해주길 바라고 부담을 주는 것과는, 크지는 않지만 조금은 차이가 있었다. 그것 외에도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 손님께 부담을 줘서 살까 말까 하는 것을 사도록 만드는 확률을 높이는 데에 잔기술을 써보기도 했었다 (손님분들은 아마 모를 거다. 나 혼자 오만가지 마인드 컨트롤과 심리 게임을 홀로 하면서 피곤한 운영을 해왔던 거다).


앞으로 또 어떻게 작전을 변경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동안은 지금과 같은 무심함(?)을 콘셉트로 가져갈 생각이다. 설령 매출은 좀 더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서운한 감정을 덜어서 기운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손님은 주인의 부담 없이 가게 안을 휙 둘러보고 아무것도 사지 않고도 부담 없이 나갈 수 있는 상황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약 10명이 부담 없이 구경을 하고 - 아무것도 사지 않고 - 나가셨다. 물론 '어서 오세요~'는 모두에게 했다).


다다음 달쯤엔 이런 글이 아니라 '없던 구매욕도 불러일으키는 고도의 마인드 게임' 같은 글을 쓰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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