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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n 27. 2019

62. 역시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옛 선조들은 말씀하셨지

예전 선조(?)들 말씀 중에 '자고로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먹고 산다고'. 세상은 돌고 돌아 유행도 돌고 돌아 결국 기술직이 우대받는 시대가 다시 왔다 (혹은 올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기술직을 어떤 범주까지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든 일에는 기술이 필요하고, 고급 기술을 가진 이가 더 나은 대우와 유리한 위치에 서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무형의 기술 말고 유형의 기술에 대해 항상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 같다. 아, 생각해보니 유형과 무형으로 나누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는 있는' 것과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는 게 맞겠다. 지금까지 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라는 것은 대부분 누구나 '할 수는 있는' 종류였다. 이를 테면 예전에는 노래를 좀 남들보다 잘 부른다던가, 글을 좀 잘 쓴다던가 하는 것. 누구나 노래하고 글을 쓸 수는 있다, 다만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회사를 다니면서 맡은 일들도 주로 기획이나 운영, 나중에는 브랜딩, 컨설팅 등이었는데 이것들 역시 누구나 할 수는 있을 것 같은 기술들이다. 역시 수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는 분야지만.


그런데 그동안 내가 가졌던 기술 분야에 있어서 범접할 수 없는 수준 차이를 만들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매번 능력에 대해 불안함과 열등감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술에 대한 욕망이 항상 있었다. IT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니 그런 측면에서 개발을 한 번 배워볼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했었고 (물론 생각 이상으로 발전하진 못했다). 디자인, 개발 같은 무형에서 유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남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분야의 기술을 항상 동경해 왔던 것 같다.


회사 다닐 때는 몰라도 지금처럼 내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 그런 열등감이나 부족함(혹은 필요성)은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더 절실해진 측면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부딪히다 보니 (회사 다니는 것도 먹고사는 문제지만 자영업과는 천지 차이라는 걸 1년도 안돼서 알게 되었다)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욕망이 그저 생각에 머무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관심이 있던 분야 가운데 당장 필요한 것, 당장 써먹어서 가게를 운영하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선택하게 되었다. 바로 그림 그리기와 인디자인 프로그램 활용 법이다.


예전 책을 만들려고 시도하면서 절실하게 느꼈던 부분이지만 독립 출판 형태로 출판을 할 경우 비용을 어떻게든 줄이려면 저자가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즉,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것 밖에는 그나마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 말하면 오해를 할 수 있는데 나는 결론적으로는 전문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어설픈 아마추어 실력으로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전문가에 맡겨 퀄리티를 내는 것이 최선이고 또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가 인디자인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개발을 배우고 싶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첫 째는 내가 어느 정도 흐름과 과정을 알고 있어야 전문가와의 협업도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 때문이고, 둘 째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숙련이 되어서 기본적인 부분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제작비도 아낄 수 있고). 그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조금은 다른 이유인데, 이번 로고를 제작하면서 더 절실하게 느꼈던 것 같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많은데 그걸 매번 디자이너에게 말로서 설명을 해야 하다 보니 정확히 전달이 어려운 측면도 있고, 그런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줄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직접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물론 이것도 비용 절감 측면을 고려한 부분이다.


그래서 둘 다 일주일쯤 전부터 조금씩 시작하는데, 아.... 괜히 한꺼번에 두 가지를 시작했나 보다. 회사 다닐 땐 제일 잘하고 자신 있는 게 멀티태스킹이었는데 이젠 잘 안되더라. 하나에 더 집중할 걸 그랬다. 어찌 되었든 절실함을 잊지 말고 끝까지 뭐가 되든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까지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지! 암 그래야 하고!).


이제 선 긋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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