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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l 12. 2019

66. 착착착 하나씩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요 며칠은 전반적으로 우울한 가운데 발전적인 일들을 하나씩 착착착 진행해 가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우울하다는 건 역시 예상하는 데로 통장 잔고인데, 농담 삼아 이야기하던 '돈 있을 때 이것저것 해봐야지' 했던 것이 실제 상황으로 닥쳤다. 그래서 정말로 '그나마' 돈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준비했던 일들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거창하게 사업보다는 장사가 더 맞겠다) 절대 하지 말자고 다짐한 것 중 하나가 무리하게 확장하거나 투자하는 도전이다. 굉장히 소극적으로 천천히 (어렵더라도) 가보자가 모토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성공을 하려면 역시 도전적인 투자 혹은 공격적인 확장이 필요 할런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점점 더 상황이 어려워지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오히려 이때 더 공격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매번 아내와 얘기하면서 '벌서 남들 같았으면 큰돈을 대출받아서 사업을 더 키우는 데에 집중했을 거야'라고 말하곤 하는데, 정말로 그랬을 거다. 그래서 더 잘 됐을지도 모르고. 언젠가 우리도 그런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본의 아니게 서게 될지도 모르지만 가급적 그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위기가 닥치니 실행력이 절로 오르는 덕에 계획만 있던 몇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우리 가게는 문을 연지 1년이 거의 다 돼가는 지금 시점에도 제대로 된 간판조차 없는데 (물론 로고 자체가 늦었지만), 이것도 업체에 오늘 초안을 넘겼다. 사실 간판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아 보류했던 것도 있었는데 최대한 저렴한 형태(하지만 깔끔하게)로 선택했다. 간판은 비용이 어느 정도 들더라도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가게에서 제품을 샀음에도 가게 이름을 끝내 알지 못하고 돌아가는 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게를 나간 손님들을 살펴보면 '가게 이름이 뭔가...' 하며 간판을 찾는 분들을 자주 목격하기도 했다. 그래서 늦었지만 (마치 1주년 기념으로 만드는 것처럼) 이제야 간판을 곧 갖게 될 예정이다.


그리고 자제 제작 굿즈로 심플한 에코백과 티셔츠를 준비 중인데 에코백은 애초부터 판매용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티셔츠는 일단 직원 용으로 (그래 봐야 두 명이지만) 제작하고 퀄리티가 괜찮으면 소량 판매도 해볼 생각이다. 이 두 가지도 모두 주 초에 시안을 넘겨 아마 다음 주 초에는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착착 진행되고 있어서 뭔가 두근거리고 기대되기도 한데, 오늘 입점 업체들과 개인 카드값을 모두 이체하고 나니 다시 급 우울해졌다. 아니 우울해졌다기보다 정신이 더 번쩍 들었다. 정신 차려야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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