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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Aug 09. 2019

74. Neverending Story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얼마 전 본 새로운 스파이더맨 영화 '파 프롬 홈'의 첫 장면에서 너무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바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 always love you'.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가 함께 주연을 맡았던 영화 '보디가드'의 삽입곡으로 더 유명한 이 곡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슈퍼 히어로들의 모습이 '차라락~'하며 지나가는 마블의 인트로 시퀀스와 의외로 제법 잘 어울렸다. 이 첫 장면을 보고 나니 나도 모르게 '아, 이제 어린 영화 관객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보디가드'나 휘트니 휴스턴이 아니라 '스파이더맨'을 떠올리겠구나 싶었다. 물론 이 곡은 워낙 유명한 곡이라 실제로 그렇게 될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세대의 전환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재미있게 본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는 이 보다 더 강력한 삽입곡이 등장했으니 바로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의 동명 주제곡이다. 여기서 더 강력하다는 건 더 유명한 곡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덜 유명해서 기묘한 이야기가 이 곡을 삼켜버렸다는 뜻이다. 그의 앞서 '기묘한 이야기'의 에피소드 중 이 곡이 삽입된 시퀀스는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좋았다. 얼핏 이 곡이 언급되었다는 얘기를 미리 듣게 되어서 어떤 식으로 등장할까 궁금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등장할 줄은 몰랐다. 모든 것이 완벽할 정도로 딱 맞아떨어지는 노래와 구성이었다.


참고로 내게 있어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는 유년 시절 가장 재미있게 봤던 SF영화 중 한 편으로 아직까지도 가끔씩 관련 굿즈를 찾는 인터넷 여행을 떠날 정도다. 이 영화도 이 주제곡도 우리 세대에겐 제법 유명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묘한 이야기'의 근래 영향력이 워낙 압도적이라 단 번에 끝이 없는 이야기를 삼켜 버린 모양새다 ('끝이 없는 이야기'라고 번역하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데, 예전에 이 주제곡을 한국어로 '끝이 없는 이~야기~'라고 불렀던 게 생각난다).


최근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바이닐이 발매되어 입고되지 마자 보너스 7인치 바이닐에 수록된 이 곡을 가게에 틀었는데, 손님 대부분이 이 노래를 듣자마자 알아차렸다. '아! 기묘한 이야기에 나온 곡이다!'.


십중 팔 구도 아니고 십중 십이 '기묘한 이야기'를 외쳤다. 아, 정령 '네버엔딩 스토리'를 아는 이는 없는 것인가. 내가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가 너무 좋아하는 곡을 적절하게 재등장시킨 건 정말 반가운 일인데, 한 편으론 주객이 살짝 전도된 것 같아 아쉬운 점도 있다. 물론 더 많은 이들이 아마 뒷 이야기를 궁금해하다가 전혀 몰랐던 오래된 판타지 영화 한 편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제작진의 본래 의도였을 테고.


이거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네버엔딩 스토리' 정말 재미있는 영화예요. 언젠가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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