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쉬타카 Aug 02. 2019

72. 마음에 걸려

우연이라도 다시 지나가 주시길

매장 안에 여러 가지 품목의 제품이 있다 보니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이건 안에 뭐가 들었어요?'

'이건 뭐예요?'

'이건 움직이는 거예요?'

등등


그래서 제품이 입고될 때 오픈되어 있는 상태라면 최대한 내용을 미리 확인해두는 편이다. 특히 수입도서 같은 경우 표지만 봐서는 내용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책들이 많기 때문에 (만화인지, 소설인지, 게임인지, 숨은 그림 찾기 인지 등) 가급적 확인을 한다. 


제품마다 샘플을 받거나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샘플을 받지 못하는 형태라 각종 방법으로 얻게 된 정보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거나, 직접 확인이 꼭 필요할 경우 (혹은 내부를 공개해야만 판매가 일어날 만한 제품인 경우) 눈물을 머금고 개봉하기도 한다. 왜 눈물을 머금는가 하니, 제품의 금액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정상 제품을 개봉해 판매가 어렵게 될 경우 여러 개의 제품을 판매해야만 개봉한 제품 가격 하나의 비용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물이 어떤 건지 묻는 질문에는 이런저런 방법들로 대부분 해결하는 편이지만 가끔 기능을 묻는 질문에도 답을 하게 되는데, 오늘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었다. 여러 가지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미처 사용법을 다 습득하지 못한 채로 팔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저번에 다 마스터했다고 생각했던 일회용 필름 카메라의 사용법을 묻는 질문에 잘못 대답하고야 말았다. 내가 최근에 구매했던 다른 카메라의 사용법과 착각을 한 탓인지, 잘못 알려드렸는데 손님이 나가시자마자 검색을 통해 확인해보니 내가 알려준 방법이 잘못됨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바로 문을 열고 골목을 멀리까지 내다봤지만 이미 손님은 가고 없었다. 


아... 몇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마음에 걸린다. 내가 잘못 알려드린 방법으로 계속 사용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차라리 빨리 제대로 된 사용법을 다른 방법으로 알게 되어 '아, 그 가게 주인이 뭘 모르네'라고 욕을 듣는 편이 낫겠다 싶다 (실은 이런 허점을 남기기 싫어서 다시 제대로 알려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다).


아... 계속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시간 날 때마다 창 밖을 주시하는 중이다. 혹시라도 다시 가게 앞을 지나가신다면 바로 뛰쳐나가 말씀드려야지. 


'제가 잘 못 알려드렸어요. 한 방 찍고 돌리는 게 맞데요'



매거진의 이전글 71. 잘했어 7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