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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Sep 05. 2020

81.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

코로나 시대 자영업자로 살아남기

잘 안다고 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에서 몇 번 인사 나누고 그전부터 관심이 있던 탓에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는 서울에 한 독립 책방이 있다. 코로나 19로 힘든 가운데 그럭저럭 잘 지내시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젯밤 올라온 글 하나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쓰였다. 


코로나 19가 오래 지속되고 서울 지역은 2.5단계가 계속 연장되면서 여러 자영업자들은 특히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며칠 째 하루에 손님이 한 명 밖에 오지 않은 탓에 결국 같이 일하던 직원들을 관두게 하고 여러 계획했던 일들도 무산되며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다른 일을 더 알아보고 있다는 글. 진짜 남일 같지 않게 느껴져서 일까, 그 글에 담긴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어서인지 그 답답함이 나도 종일 가시질 않았다.


뉴스에서 나오는 여러 시민들, 자영업자들의 인터뷰. 시장에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 걱정이라는 상인. 고위험 시설로 지정되어 그동안도 너무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아예 정부에서 영업을 하지 말라는 탓에 매달 빚이 쌓여가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래방 주인. 9시가 넘어 영업하는 술집을 단속하는 공무원과 오늘 10만 원 밖에 못했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하는 거 아니냐며 화를 내는 음식점 주인까지. 아마 내가 아직도 회사원이 었다면 그냥 간접적으로 밖에는 느낄 수 없었던 짧은 뉴스 한 토막이었을 거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같은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고통을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게 닥쳤을 때 어떤 느낌일지 상상은 가능하다. 나는 가끔 뉴스 등을 통해 어떤 어려운 상황에 닥친 누군가의 사연을 듣게 되면 '내가 당사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을 해보곤 하는데, 많은 경우는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답이 어렵지 않게 나오기도 하지만, 또 많은 경우는 도저히 답이 없는 막막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만약 내가 코로나 19로 정부 정책에 따라 강제로 문을 닫아야만 하는 업종 혹은 영업에 제한을 받는 업종의 주인이라면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해 보면, 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몇 달에 걸친 코로나로 인해 매출은 90% 가까이 떨어졌고 그로 인해 임대료 및 기본 비용 조차 내지 못해 대출 등 빚을 최대한으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아예 문 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누군가를 탓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삶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 속이 얼마나 타들어갈지 겨우 상상해볼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나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을 때 아무런 답도 찾을 수 없을 경우, 결국 씁쓸한 위로만 남게 된다. '그래, 나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라고.


요새 들어 정말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물론 나 역시 코로나로 인해 완전히 줄어든 매장 손님 (토요일은 가장 매출을 기대하는 날인데 평소 평일보다도 적은 손님들이 지나갔을 뿐이다)으로 인해 어떻게 하면 더 길어질지도 모를 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을지 매일매일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내려 애쓰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이 상황이 애를 쓴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인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애를 써도 속수무책으로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고스란히 매일매일 피해를 고통으로 느껴야 하는 이들은 과연 애를 덜 써서 일까.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매일매일 빚이 늘어나는 걸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딘다는 것에 가까운데,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물론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터널을 끝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 섣불리 위로도 응원도 건네기가 어렵다. 


버텨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시기. 이 시기를 겪는 (나를 포함한) 모든 자영업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버텨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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