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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Sep 30. 2020

86. 편하면서 불편한 곳

여유 시간을 즐겨야 할 텐데

추석 연휴 첫날. 

거리에 사람이 없다. 평소 평일보다도 더 없다. 어찌나 한적한지 가끔씩 부는 바람에 쓸려가는 나뭇잎 소리가 다 들리는 것 같다. 아주 가끔 방문하는 손님들도 구경만 하고 나가는 덕에 어쩔 수 없이 기운도 축축 처지는 연휴 첫날이다.


지난 주로 택배 발송이 일찌감치 마감되다 보니 이번 주는 내내 택배 관련 업무가 없다. 요새는 온라인 매출이 중심이 되면서 매일매일 택배 포장하는 일이 주된 업무 중 하나인데, 이 업무가 멈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더군다나 이렇게 손님이 없으니 매장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시간이 다시 많아졌다.


한 편으론 원하던 여유 시간인데 기운이 처져서 인지 무언가를 할 의욕이 잘 샘솟지 않는다. 이럴 때 밀린 책들도 읽고, 본 것들에 대해 글도 쓰고, 밀린 업무와 계획들도 세우면 좋을 텐데 막상 여유가 '너~무' 생겨버리니 오히려 방전된 것만 같다. 오히려 바쁠 땐 짬을 내서 틈틈이 조금씩 하던 일들도 여유 지게 하려니 속도가, 아니 착수가 안된다.


그러고 보니 매장은 참 편하면서도 불편한 곳인 것 같다. 내 가게이니 내가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편하고 안정된 느낌도 있지만, 막상 무얼 하려고 보면 언제든 손님이 방문할 수도 있으니 항상 5분 대기조 같은 불편한 느낌이다. 매장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도 의외로 창의적인 활동이 잘 안 되는 이유는 항상 유지 중인 그 긴장감 때문일 거다. 뭐 그렇다.


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한가한 날이라 매장에서 뭐라도 하면 좋겠는데 선뜻 힘이 나질 않아 뭐라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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