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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Oct 15. 2020

87. 어떡하면 매일 프레쉬할 것인가

반복 속에서 생경함 찾기

매일매일 반복하는 일들이 있다. 

온라인 판매의 비중이 커지면서 여러 채널을 통해 고객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는데, 그중 대부분은 같은 질문이다. 그러니까 매일매일 같거나 유사한 질문에 수십 번씩 같은 대답을 유사 붙여 넣기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고객분은 바이닐 제품 상태에 대해 문의를 주셨고, 나는 또 비슷한 답변을 했다. 내가 '유사 붙여 넣기'라고 했던 건 완전히 똑같은 답변은 아니고, 매번 상황에 맞게 조금씩 다른 답변을 하기 때문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거의 같다. 바꿔 말하면 대부분의 질문에 내가 판매자로서 할 수 있는 답변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 정도와 종류만 선택한다고 보면 되는데, 그렇다 보니 반복적일 수 밖에는 없고 CS라는 것이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물론 이건 고객도 마찬가지다) 반복될수록 그 스트레스는 곱절이 된다.


그런데 중요한 건 판매자인 나로서는 이 답변이 매일매일 수십 차례씩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 질문을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많아야 1~2번, 보통은 한 번 있는 경우라는 점이다. 이게 참 서로 어울리기 힘든 콤비인데, 한쪽은 처음 하는 질문이고 다른 한쪽은 무한 반복적인 답변을 하는 관계라는 점이다. 고객을 상대하는 모든 업종에서 아마 그럴 테지만.


그래서 고민은 항상 이거다. 

'어떡하면 매일 프레쉬할 것인가'


처음 질문하는 사람의 바이브에 맞게 나 역시 처음 답변을 하는 태도로 정성껏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 이건 매너리즘과는 좀 다르고, 반복적인 일을, 그래서 기계적이거나 감정적이 되기 쉬운 일을 어떻게 매번 처음처럼 의욕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그래서 많은 규모 있는 곳들은 기계적인 매뉴얼을 정해두거나 정말 아예 시스템이 (이를테면 챗봇 같은)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분명 더 효율적일 거다. 그런데 우린 아직 규모도 작고 이 부분은 내가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보니 선뜻 놔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떡하면 매번 반복되는 질문들에 좀 더 성심성의껏 답변할 수 있을까. 

오늘도 또 한 번 반복되는 답변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이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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