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쉬타카 Oct 23. 2020

88. 진짜 적당히 알려지길 바라

진심입니다. 거짓이 아니에요

뭐 대단한 유명세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 아마 다른 사람 같았으면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다 끌어와서 최대한 널리 홍보하려고 했을 텐데 (그게 당연하기도 하고), 나는 얼마 없는 인맥과 유명세를 조금도 활용하지 않았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동안 블로거나 커뮤니티 내 전문 필자로서 활동했던 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가게를 오픈한 것이었기 때문에 만약 홍보를 했다면 말 그대로 정확히 타게팅된 순도 높은 홍보였을 텐데도 가급적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배부른 소리가 맞다) 그렇게 최대치로 홍보를 하고 싶지 않았던 건 그 정도의 규모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홍보가 내가 예상한 규모를 만들 정도로 성공해야 한다는 점. 하지만 그 규모라는 것이 엄청난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저 운영하던 SNS나 활동하던 커뮤니티에 '저 이런 가게 오픈했어요!'라고 소개 글만 올려도 아마 성공했을 수준이라는 점도 그 전제에 포함해야겠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하고 싶은 것이 애초부터의 목표였다. 회사에서는 내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극복하는 것이 일상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막상 내가 온전히 주인인 자영업임에도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목표로 하고 싶지 않았다. 널리 더 널리 알려져서 손님(지금은 주로 온라인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좋지만, 직원 하나 없이 아내와 둘이서 하는 작은 가게의 특성상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어느 정도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 규모를 넘어서는 순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업무에 쏟아야 하고, 그로 인해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점점 잃게 아니 잃을 수밖에 없게 되어 버릴 것이 너무나 분명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SNS 등의 작은 불씨가 결코 작은 불씨로 끝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것이 작은 가게로서는 큰돈 없이도 홍보할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하는데, 가끔은 너무 갑자기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손님을 맞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우리는 아직 멀었지만). 아마 이런 얘기를 하면 혹자는 '야, 그렇게 손님이 몰리면 그때가서 걱정해. 미리 배부른 소리부터 하지 말고'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내 경험상 손님이 몰리게 되었을 때 걱정하면 이미 늦더라. 


그래서 아직도 한 동안은 진짜 적당히 알려지길 바란다. 딱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거나 아주 조금 초과하는 정도로. 그렇게 큰 욕심 없이 천천히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87. 어떡하면 매일 프레쉬할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