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쉬타카 Nov 08. 2020

89. 공간, 퀄리티, 확장

고민 3요소

오프라인 가게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다. 누군가의 공간. 누군가의 취향과 의지가 담긴 공간. 단순히 디자인적으로 압도하는 공간.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 카페를 비롯해 너무 멋진 공간들이 정말 많이 생겼다. 카페가 아닌 공간들은 주로 더 큰 규모와 자본이 투입된 터라 훨씬 더 디자인적으로 시선을 끄는 공간들이 많은데, 나도 언젠간.. 하며 두 눈으로만 계속 담아내곤 한다.


우리 가게가 적산가옥을 최대한 그대로 살린 형태로 리모델링한 공간에 있다 보니 공간에 관한 질문 등도 많이 받곤 하는데, 몇 번 얘기한 적도 있지만 꼭 이런 공간을 1순위로 꼽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관심 있던 공간들은 미니멀리즘 성격이 강한 공간들이었다. 우리 가게도 처음에는 본의 아니게 판매할 품목이 많지 않아서 시원시원한 전시와 미니멀리즘이 (강제로) 강조된 형태였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품목이 늘어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오밀조밀, 가득가득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런 모습도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 더 디자인적으로 시선을 끄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던 나로서는 지금의 모습이 100%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공간을 최대한 적당한 선에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데 앞으로가 문제다. 입고해야 할 새로운 아이템은 계속 나오고, 반응이 덜한 아이템은 점점 수량을 줄여가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계속 반응도 좋고 우리 가게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아이템들도 계속 보유해야만 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 적당한 숫자를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데 그래도 오프라인 위주일 때는 이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하지만 온라인 매출이 늘게 된 지금은 오프라인의 규모를 넘어서는 재고와 부자제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공간 활용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일례로 카페를 중단하면서 공개를 중단한 외부 화장실의 경우 배송 박스와 완충제 등을 넣는 창고로 활용한 지 오래고,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들도 모두 박스나 부자제, 액자 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 온라인 주문이 갑자기 느는 날에는 박스나 부자제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양의 부자제를 여유 있게 갖고 있을 공간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최근 가게 근처에 아주 저렴한 창고로 쓸만한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알아보는 중인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서비스의 퀄리티가 경쟁력인 작은 가게의 입장에서 최근 바로 그 퀄리티를 저해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가장 큰 서비스 저해 요인 중 하나는 마스크=코로나인데 매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쉽게 지치고 짜증이 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퀄리티 면에서 가장 큰 적이다. 또 다른 저해 요인은 한정된 공간에서 손님을 맞으면서 온라인 CS와 포장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로 포장할 공간이나 여력의 인력이 없다 보니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데, 온라인 주문이 많거나 아니면 매장에 손님이 많거나 할 때면 한쪽만 영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의 서비스 질에 영향을 받게 된다. 쉽게 말해서 정신없이 일하게 되는데 최근 그런 경우가 점점 잦아져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주된 고민이다. 


자꾸 여기저기서 환경과 지표들이 나에게 확장을 강요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또 그만큼 철저하게 내치는 중이고 ㅎ 최근 다른 곳과 이야기 중인 프로젝트도 확장과 관련된 것인데, 무리하지 않으면서 더 오래 버티는 양분이 될 만한 확장 방법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88. 진짜 적당히 알려지길 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