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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Dec 11. 2020

94. 장기 계획이 필요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마스크를 판매하는 홈쇼핑 쇼핑호스트들의 말이 달라졌다.


'이제 마스크는 계속 쓰셔야 하니까 고민하시지 말고 여유 있게 가져가세요'


코로나 19 초기에는 마스크를 꼭 사야 한다는 것부터 설득했다면, 요즘에는 사야 하는 건 당연하니까 이 단계를 건너뛰고 왜 이 브랜드 마스크를 사야 하는지 설득하는 식이다. 그만큼 코로나 19 시대에 마스크는 생활필수품 이상의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모두 마스크를 안 쓰던 시절이 고작 길어야 1년 전인데 '마스크 없을 땐 어떻게 살았지?' 하며 잘 상상이 안될 정도로 이렇게 모두들 코로나와 마스크에 익숙해져 버렸다. 뉴스를 보다가 짠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코로나 끝나면 뭐해야지'라며 계획들을 세웠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계획들을 세우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자연스럽게 포기 아닌 포기를 하게 되며, 장기전을 수용해버린 지금의 모습이 참 짠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그렇고.


이미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코로나가 끝나기 만을 바랄 수는 없게 됐다. 끝나기 만을 바라며 견디고 버텨 내기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감수했고 무엇보다 얼마나 더 지속될지 예상할 수 없다 보니 무언가 장기 계획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크게는 수년간 해온 일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일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고 작게는 해오던 일을 코로나 시대에 맞게 전환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도 점점 더 오프라인 중심의 운영 방식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완전히 다른 사업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들 혹은 도전들에 나서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 방향을 트는 정도로 수정 보완해야 할 것인지 시시각각 변하고 이 변화에 대응하는 인사이트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흔히 '위기는 곧 기회'라고들 하는데, 물론 그렇다. 많은 위기는 평소보다 더 큰 리스크를 동반하기는 하지만 대신 더 큰 성공 확률이 있는 시기다. 그러니까 평소 같았으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어쩌면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 같이 작은 가게, 브랜드라면 더더욱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은 일일 테고. 내 안에는 항상 잔잔하게 오래 버텨내고 싶다는 강한 생각과 뜬금없이 글로벌을 커버하는 약한 욕망의 생각이 공존한다. 이를 테면 내 맘 속 대세는 작은 가게 하나로 오래 남아 백 년 가게가 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 작은 곳에서는 '한국의 츠타야가 돼야지'같은 거대한 욕망이 작은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도 모를 요즘, 여러 작은 욕망들이 평소보다 더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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