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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Apr 30. 2021

108. 재주문

1년은 걸릴 줄 알았지

첫 책을 내고 정신없이 한 달이 흘렀다. 천천히 하나씩 입고하게 된 독립서점들은 오늘까지 열여섯 곳이 되었고, 서울과 지방 여러 곳까지 지역도 다양하다 (아직 제주도 독립서점에 입고를 못했다). 대부분 내가 연락해 입고를 문의하게 된 경우지만 몇몇 곳은 먼저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게도 책을 소개할 수 있었다. 


여러 서점에 내 책을 보낸 마음은 흡사 자식을 보낸 부모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서점의 인스타그램 개정을 틈틈이 확인하며 내 책에 대한 소개가 언제 올라올지 두근거리며 기다리기도 하고, 글이 올라오면 반응이 어떤지도 세심하게 살피게 되더라. 그렇게 내 책은 한 달 사이에 기대보다는 비교적 널리 뻗어 나갔다.


그렇지만 여러 곳에 소개된 것과는 달리 그만큼 판매될 것이라고는 결코 기대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 책을 내서 수익을 얻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개인적인 목표 달성과 더불어 마이페이보릿을 조금 이나마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많이 판매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냥 여러 곳에서 미지의 독자들을 스치듯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목적은 충분하다 싶었다. 오히려 요즘처럼 수많은 독립출판물이 쏟아지는 시대에 금세 진열대에서 도태되어 구석으로 밀려나지만 않았으면, 아니 천천히 밀려났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한 1년쯤 지났을 때 서점에서 '너무 판매가 되지 않아 반품을 요청드리려고 합니다' 라던지, 거의 1년 만에 첫 정산 메일을 받게 되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입고했던 서울의 한 서점에서 놀랍게도 재주문 메일이 왔다. 그것도 10권이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너무 빠른 타이밍에 재주문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내는 처음 책이 나왔을 때 보다 더 기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진짜 쉽게 들뜨지 않는 성격이라 덤덤한 편이었고. 사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 실감이 잘 안 났다.


한 달만에 재주문이라니 적어도 1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 덕에 첫 독립출판물 치고는 적지 않은 수량이었던 초판 물량도 이제 거의 소진 직전이다. 이러다 중쇄도 곧 찍겠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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