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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y 11. 2021

109. 새로운 생명

뒷마당식구가 더 늘었다

가게 뒷마당에서 밥을 챙겨주던 고양이 월명이. 월명이는 어느 날 새끼 두 마리를 낳고는 우리 뒷마당을 새끼들에게 남겨주고 훌쩍 떠나버렸다. 가끔 밥을 먹으러 오기도 했지만 확실히 이 영역을 새끼들에게 넘겨준 것 같았다. 월명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두 마리의 새끼들을 챙겨준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우리는 이 두 마리를 월명이 새끼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직 애기들로만 느껴지는데, 언제부턴가 그중 한 마리의 배가 불러왔다. 요 며칠 조금 이상한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아직 배가 많이 부르지 않은 탓에 큰 걱정은 없었는데, 어제 아침 출근을 하고 보니 이미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낳은 뒤였다.


하필이면 어제 아침부터 강한 비가 내렸다. 그리고 또 하필이면 월요일은 쉬는 날이라 우리가 바로 아침부터 가게에 출근하지 않고 점심이 지나서야 왔던 터였다. 왜 하필이냐면, 우리가 처음 이 녀석과 새끼들을 발견했을 땐 이미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미처 삶을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게 되면 자주 빠른 시간 내에 어미 젖을 찾지 못하거나 무리에서 조금 떨어질 경우 태어나자마자 죽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던 것 같다. 다만 너무 아쉬웠던 건 만약 우리가 평소처럼 조금 더 일찍 가게에 나왔더라면, 그래서 조금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이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직 그 작은 몸은 그리 차갑거나 굳은 상태가 아니었다. 비가 오는 날씨만 아니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궂은 날씨와 늦은 발견이 몹시 미안해졌다.


그렇게 작은 박스 안에서 새끼들을 낳은 녀석을 잘 달래서 비를 맞지 않는 고양이 집에 이불을 깔고 새끼들을 옮긴 뒤, 밥을 챙겨주고 옮긴 집으로 녀석을 유도했다. 다행히 잘 따라준 덕에 새끼들도 좀 더 따듯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잘 옮길 수 있었다. 어미와 떨어져 독립한 지 이제 채 1년도 되지 않은 아직 어린 냥이인데, 첫 출산이 얼마나 무섭고 놀랬을지 그 표정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도 밥도 챙겨 먹고 우리를 믿고 잘 따라준 덕에 조금씩 안정되가는 것 같았다.


우리 가게 뒷마당은 은근히 동네 고양이들의 핫플레이스라 (인적이 드물고 사료와 물이 제공됨) 여러 마리가 주기적으로 출몰한다. 그래서 최대한 자주 방문하는 고양이들이 새끼들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리지 않도록 동선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뒷마당으로도 CCTV가 있어서 퇴근하고도 수시로 모니터링 중이다.


이 어린 생명들은 또 어떤 고양이로 자라나게 될까. 부디 남은 세 마리는 모두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왠지 어깨가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아이고 어린 녀석이 혼자 세 마리나 낳다니, 정말 고생이 많았다 ㅠㅠ
꼭 자기를 닮은 삼색이 한 마리와 검고 흰 두 마리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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