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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y 13. 2021

110. 새로고침 중독자

흡사 휴머노이드

나는 지독한 새로고침 중독자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니터링이라는 이름 하에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이른바 멀티플레이에 남들보다 특출 난 재능이 있는 편이다. 예전 회사 다닐 때 운영하던 서비스의 사용자 후기나 이슈, 불만 등을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오랜 기간 했는데, 정말 어떤 동료는 휴먼 봇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100% 수작업에 인력이었음에도 거의 자동화 시스템의 속도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물론 어떤 검색어로 검색을 해야 하는 지도 남들과 큰 차이점이 발생하는 지점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독한 새로고침 때문이었다. 루틴처럼 같은 사이클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행위. 


모니터링이라는 측면에서 새로고침 중독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감정노동이나 스트레스의 측면에서는 분명한 단점이다. 남들보다 빨리 발견하다는 것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가장 빨리 그리고 먼저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당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회사 생활을 할 때 내 일처럼 생각하고 임해왔는데, 자영업을 해보니 진짜 내 일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더라. 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나 비난도 물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만 마인드를 잘 세팅하면 (이를테면 내 일인 동시에 내 일이 아니다 라는 세팅) 직접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라는 공통의 울타리가 없는 자영업은 아무리 마인드를 임의로 세팅하려고 수작을 부려봐도, 직접적인 스트레스를 피할 수가 없더라.


이런 스트레스의 연장선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는 일을 어지간하면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지독한 새로고침 중독자인 나는 이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다 (정말 하고 싶다). 집에 와서도 수시로 휴대폰으로 몇 가지 앱과 사이트를 반복적으로 방문하며 새로고침 하는 탓에, 직접적으로 업무를 하지는 않지만 심리상태는 언제나 업무 모드다. 


간혹 어떤 시스템은 자동으로 몇 분 이내에는 새로고침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무언가 외부의 강제적인 금지가 있어야만 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간중간에도 업무와 관련된 사이트 몇 군데를 접속해 새로 고침 버튼을 클릭했다. 무엇이든 중독은 좋지 않다. 설령 그것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하더라도, 이 중독을 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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