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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n 23. 2021

114. 마이너리티 리포트

당신은 몰라도 나는 압니다

처음엔 그저 운이겠거니 싶었다. 그다음엔 그냥 감이 좋은 정도라고 여겼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이건 공식으로 정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이제 곧 오프라인 매장 운영 3주년을 앞둔 지금, 이건 과학이라고 해야겠다. 그럴 일은 없지만 내가 만약 논문을 발표할 일이 있다면 이걸 세상에 발표하고 싶다. 정확한 데이터와 함께.


예전에도 한 번 이야기 꺼낸 적이 있는데 손님들 반응의 관한 이야기다. 너무 예상과 달라 누군가 이렇게 말하더라도 과장이 심하다고 믿을 만한 이야기. 그래서 구체적인 데이터와 함께 증명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이야기. 정말 이런 걸 처음 썼을 때부터라도 노트에다가 바른 정자로 데이터를 쌓아둘걸 그랬다 (아카이브의 힘!). 이런 과학적 데이터는 없지만 그저 감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부디 믿어주시길.


너무 좋아한다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손님일수록 정반대로 구매는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매장을 운영하며 초반에 알게 된 의외의 사실이었다. '와!' '완전 내 스타일이야!' '내 인생영화야' '꺄악!' '이건 진짜 사야 돼' '와 천국이야' '다 가져가고 싶어' 등등 등등등. 환호가 커질수록 나는 일찌감치 마음을 접게 된 지 오래다. 아주 가끔 '혹시...' 하는 마음을 가질 때도 있지만, 결론은 역시가 99%다. 그만큼 이건 아마 바른 정자로 기록했더라도, 아니 기록했더라면 아카이브 된 구체적 사실에 더 놀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과학적 사실이다.


그렇게 단단하게 단련된 마음을 갖고 있는 내게도 오늘 왔던 어떤 손님 무리는 살짝 혼란스러웠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이제는 이 과학적 사실(?)을 과연 깰 사람이 누구일지, 손님은 모르는 나 홀로 챌린지를 하는 기분이다. 제발 누군가가 이 불변의 법칙을 깨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흡사 성배의 주인을 오랜 세월 기다린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의 등장하는 십자군 기사와 같다. 언젠간 나타나 주길 바라며 시름시름 늙어가는.... (안돼). 만약 누군가가 이런 호감의 환호성을 지른 뒤에 구매까지 연결되는 날이 온다면, '오랜 세월 당신을 기다려왔습니다. 드디어 오셨군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가깝다. 너무 좋아하는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손님, 본인은 모르시겠지만 당신은 구매하지 않을 확률이 99%로 예측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나가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물론 구경하시는 건 좋지만, 이런 분들만 너무 많은 날엔 단단한 마음을 가진 저도 다소 지친답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돈으로 보여주세요! 너무 노골적인 자영업자의 넋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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