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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n 30. 2021

115. 중쇄를 찍자

3달 만에 2쇄라니!

마츠다 나오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쿠로키 하루, 오다기리 조, 사카구치 켄타로 등이 출연한 동명의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를 재밌게 봤을 때만 해도 몰랐다. 내가 출판은 물론이고 중쇄를 찍게 될 줄은. 만약 지금 이 드라마를 처음 보는 거였다면 아마 '중쇄'라는 것의 의미를 더 크고 깊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를 본 지 몇 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그 의미가 떠오른다. 이제는 조금 더 내 이야기가 된 채로.


어느 정도 기준점이 있는 기성 출판과는 달리 내 마음대로 제작부수를 정할 수 있는 독립출판물의 중쇄는 그 의미가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천천히 두고두고 팔지 뭐'라는 생각으로 아주 조금은 많은 부수를 찍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렇게 단 시간 내에 2쇄를 찍게 될 줄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그보다 우려했던 건 나중에 서점들에서 오래 판매가 되지 않아 반품이 너무 많이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초판을 찍은 지 약 3개월 만에 2쇄 제작을 하게 됐다. 기성 출판물의 부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부수겠지만, 내게는 아주 반갑고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우리 스토어에서도 제법 많이 판매되었지만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여러 독립서점들에서 적은 수량이라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다른 출판사가 만든 여러 독립출판물들을 직접 위탁 판매하는 입장이라 너무 잘 알고 있다. 한 곳의 서점에서 한 달에 한 두 권이라도 판매되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또 쉽지 않은 일인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정산을 알리는 메일이나 입금 알림이 올 때면 그 금액에 상관없이 반갑기만 하다. 수많은 미지의 선택지 가운데 내 책이 선택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 좁은 확률을 또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필요해서가 아냐, 좋아하니까' 2쇄가 오늘 도착했다. 2쇄를 맞아 표지 디자인을 아주 살짝 수정했고, 뒷부분에 2쇄 날짜도 기입했다. 2쇄는 1쇄보다 적은 부수를 찍은 탓에 혹시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3 쇄도 가능할까 싶다. 중쇄 소식에 곁들여 얼마 전에 이 책과 관련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나 마쳤는데, 이건 정말 책을 내면서 이런 일들이 있겠다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여러 가지 일 중에서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 아직도 좀 얼떨떨한 일이 있었다. 그 소식도 곧 결과물과 함께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2 쇄도 잘 부탁드립니다.


표지가 살짝 바뀐 2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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