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 만에 2쇄라니!
마츠다 나오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쿠로키 하루, 오다기리 조, 사카구치 켄타로 등이 출연한 동명의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를 재밌게 봤을 때만 해도 몰랐다. 내가 출판은 물론이고 중쇄를 찍게 될 줄은. 만약 지금 이 드라마를 처음 보는 거였다면 아마 '중쇄'라는 것의 의미를 더 크고 깊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를 본 지 몇 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그 의미가 떠오른다. 이제는 조금 더 내 이야기가 된 채로.
어느 정도 기준점이 있는 기성 출판과는 달리 내 마음대로 제작부수를 정할 수 있는 독립출판물의 중쇄는 그 의미가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천천히 두고두고 팔지 뭐'라는 생각으로 아주 조금은 많은 부수를 찍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렇게 단 시간 내에 2쇄를 찍게 될 줄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그보다 우려했던 건 나중에 서점들에서 오래 판매가 되지 않아 반품이 너무 많이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초판을 찍은 지 약 3개월 만에 2쇄 제작을 하게 됐다. 기성 출판물의 부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부수겠지만, 내게는 아주 반갑고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우리 스토어에서도 제법 많이 판매되었지만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여러 독립서점들에서 적은 수량이라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다른 출판사가 만든 여러 독립출판물들을 직접 위탁 판매하는 입장이라 너무 잘 알고 있다. 한 곳의 서점에서 한 달에 한 두 권이라도 판매되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또 쉽지 않은 일인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정산을 알리는 메일이나 입금 알림이 올 때면 그 금액에 상관없이 반갑기만 하다. 수많은 미지의 선택지 가운데 내 책이 선택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 좁은 확률을 또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필요해서가 아냐, 좋아하니까' 2쇄가 오늘 도착했다. 2쇄를 맞아 표지 디자인을 아주 살짝 수정했고, 뒷부분에 2쇄 날짜도 기입했다. 2쇄는 1쇄보다 적은 부수를 찍은 탓에 혹시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3 쇄도 가능할까 싶다. 중쇄 소식에 곁들여 얼마 전에 이 책과 관련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나 마쳤는데, 이건 정말 책을 내면서 이런 일들이 있겠다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여러 가지 일 중에서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 아직도 좀 얼떨떨한 일이 있었다. 그 소식도 곧 결과물과 함께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2 쇄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