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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l 06. 2021

116. 고마워요, 상순 씨

김동률보다 더!

갑자기 고백하자면 나는 이효리의 오랜 팬이다. 핑클 1집 데뷔곡 '블루레인'이 나왔을 때부터 일편단심 좋아하기 시작했다. 여자 연예인을 좋아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고 특히 이렇게 오래 변심 없이 좋아한 이가 없었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도 내 효리 사랑은 주변에서 제법 알아주는 편이었다. 막간을 통해 추가 고백을 하자면, 아이돌이었던 그녀가 나이가 들어 더 좋아하길 잘했다고 느껴지는 사람으로 있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효리만큼은 아니지만 지누와 조원선, 이상순으로 구성된 밴드 롤러코스터도 오랜 팬이다.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롤러코스터 같은 음악을 하는 밴드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모든 앨범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팬인데, 혹시라도 아직 롤러코스터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꼭 앨범 단위로 들어보길 적극 권한다.


이젠 다 지난 일이지만 이효리가 처음 이상순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이 있었다. 그 충격으로 한 동안은 롤러코스터의 음악을 멀리했다 (할 수 밖에는 없었다). 지금이야 다른 사람이 아닌 이상순과 결혼한 것이 더 잘된 일(?)이라고까지 생각되지만, 그때 당시엔 그랬다. 팬심이 그렇지. 


이렇게 한참이나 이상순의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간 이유는 요 며칠 그가 우리에게 아주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평소 즐겨보는 유키즈에 이상순이 출연했는데, 인터뷰 중에 동료인 김동률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끝나갈 쯤에 '최근에 리마스터링 한 앨범이 LP로 나왔는데 동률 씨는 워낙 완벽주의 성격이라 얼마나 신경 썼을지 들으면서 느껴지더라고요' 뭐 이런 식의 코멘트가 있었다. 나도 TV를 보고 '음.. 맞아 이번 LP가 좋았지..(끄덕끄덕)'하며 새로고침 인간답게 한 손으로는 앱을 실행시켜서 스마트 스토어 주문을 확인했는데 바로 우리가 판매 중인 김동률 '답장' 앨범이 연달아 주문이 들어오고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조금 후까지 주문은 이어졌는데 폭발적인 주문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별다른 이슈가 없어서 거의 주문이 없던 앨범인 걸 감안하면 방송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주문이었다.


그리고 더 늦은 시간에 바로 재방송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됐는데 또 그 시간에 맞춰 주문이 들어왔다. 그걸 보고는 농담 삼아 '재방송할 때마다 한 두 장씩 주문 들어오는 거 아니야?' 했는데, 정말로 그랬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 다다음날 까지도. 케이블에서 재방송을 할 때마다 이상순의 이 코멘트를 인상 깊게 듣게 된 이들이 1~2명씩 꼭 주문이 들어왔다. 


우리 같이 작은 변방의 스토어에도 이렇게 방송에서 스치듯 언급한 제품의 판매가 갑자기 늘어나는데, 본격적인 PPL을 하는 제품들은 얼마나 많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주문이 발생할까 생각하니 눈앞이 끔찍했다. 아직도 가끔 무슨 이유인지 주문이 갑자기 몰릴 때면 기분이 좋기보다는 두려움이 더 앞선다. 감당할 만한 정도만 잘됐으면 하는 게 아직까지는 희망사항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감당할 만한 수준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이 메시지가 그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겠다 싶었다. 

고마워요, 상순 씨! 

언제 한 번 가게에 놀러 오세요. 그리고 또 스치듯 말해주세요. 

(군산에 마이페이보릿이라는 가게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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