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더 단단해졌다
지난 8월 한 달은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송두리채로 앗아갈 뻔한 커다란 위기를 겪었던 날들이었다. 갑작스럽게 아내에게 큰 병이 의심되어 서울의 큰 대학병원을 오가며 여러 가지 검사와 진료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며 대기하기를 반복해야 했다. 그 과정 중에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아무것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기다리는 일이었다. 검사나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상대적으로는 짧았으나 절대적으로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몰려드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끊임없이 쳐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동네 병원에서 첫 진료를 받자마자 일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나는 바로 오프라인 매장의 잠정 휴무를 주저 없이 결정했는데, 이건 다시 생각해도 잘한 일이었다. 이 기간 동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의 안정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여기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을 제거할 수 있는 한 제거하는 것이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온라인 스토어는 차마 닫지 못했다. 물론 아무 잡념이 끼어들지 못하게 온라인도 닫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시점에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게 된다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어렵사리 온라인 스토어는 중단 없이 이 기간 동안 지켜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 얼마 전 마지막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듣게 되었고, 혹시 모르니 3개월 뒤에 한 번 더 검사를 해보자는 정도의 답을 들었다.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쳐가는 걸 막을 수 없었던 내게는, 그 부정적인 미래들과 마주하지 않을 수 있어서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 다행이다!
그렇게 우여곡절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을 겪어낸 뒤 마이페이보릿은 3주년을 맞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아무리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지언정 무어라도 기념 이벤트나 기획을 했었을 테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을 다시 맞이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3주년 이벤트가 됐다.
마침 처음으로 뽑은 아르바이트 직원도 오늘 첫 출근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더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