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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r 03. 2022

125. 오랜만에, 지금 우리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멈추지 않고

창업하고 처음 한 해를 돌아보면 그때는 모든 게 다 제로부터 시작이라 무얼 하든 새로운 기록이었기에 하나씩 경신해 가는 재미가 있었다. 또 그걸 기록함으로써 경신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했고. 3년 차가 되고,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매출 구조가 생기면서부터는 이런 기록 경신과 그것에 대한 기록도 뜸해졌는데, 오랜만에 한 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물론 더 이상 매출 목표를 갱신하고 기록하는 것이 초창기보다 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을 정도로 요 몇 달은 정말 바빴다. 그 여유를 좀 찾아보려고 직원도 고용하고 했던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은 더 바빠졌다. 그 전에는 해오던 다른 일들조차 소홀해질 정도로. 어느 순간부터 그런 여유도 없이 바쁘다는 걸 눈치챘는데, 알면서도 좀 더 달려보자 싶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정도의 순풍을 탄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바람을 타고 하강하고 있지는 않았기에 조금은 더 바람을 타봐도 좋겠다 싶었다.


근래 오프라인 매장은 오미크론 확진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와는 반대로, 가끔은 코로나 이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방문하는 손님의 수가 많았다. 주말은 그럭저럭 평균적인 수준을 유지했다면 평일 매출의 순도가 아주 좋았다. 주말에 비해 거의 10분의 1 정도의 손님이 방문하지만 매출은 큰 차이가 없는 날이 있을 정도로, 매출의 규모도 가성비도 훌륭한 날들이 지난달엔 여럿 있었다. 이렇게만 지속된다면 주말에 쉬어도 괜찮겠다 라는 (우스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런 일은 생기지 않고, 지속되진 못하겠지만.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이전 성수기, 비성수기의 개념이 사실상 사라졌는데 확진자의 수는 최근 피크지만 반대로 사람들은 이 시대에 완전히 적응하면서 다시금 성수기 시절(방학기간)의 방문 빈도를 나타냈다.


지난달은 오랜만에 온라인 스토어 매출도 거의 손꼽을 정도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 주문도 어느 정도 흐름이 있어서 일주일을 기준으로 보았을  주문이 많고 적은 날들이 반복되는 것이 평균인데, 지난달은 거의 크게 떨어지는 날이 없이 꾸준히 매출을 유지하면서도 가끔씩 입고 품목에 따라 매출이  뛰는 날들도 여전히 존재하면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여전히 온라인 매출의  비중은 바이닐이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포스터의 비중이 최근   사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요즘 국내 바이닐 시장의 수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얘기를 하자면 이것만으로도  얘기가 가득한데, 모든 한정반 시장이 그렇지만 바이닐 시장 역시  장단점(하지만 단점이 훨씬 많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나마 영화음악과    취향의 음악들만 취급하는 데도  정도인데, 모든 주요 품목을 취급하는 다른 대형몰이나 작은 스토어들은 아마 훨씬  골치일 거다. 나는 그에 반해 수량을 확보하기만 하면 완판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품목의 유혹을 견디는 문제만 해결하면 그럭저럭 버틸 만한 상황이다.


매출액만 보면 주머니에 현금이 넘쳐나지는 않아도 여유는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매출이 늘수록 사전에 이뤄진 매입이 많은 탓에 주머니 사정은 아직도 매달 조금 숨통과 간당간당을 오가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소한의 마진(진짜 최소한)을 최대한 지키려고 해서 망정이지, 본격 가격 경쟁을 했다면 아마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졌을 거다.


그렇게 2022년도 벌써 3월이 됐다. 조금 여유를 가져볼까 했지만 조용히 내 차례를 기다리며 순응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오미크론 유행에 한 명 밖에 없는 우리 직원 가족도 확진이 되어 한동안 출근이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여유는 없어졌지만 (그래서 예매해둔 배트맨 아이맥스 영화도 결국 취소하고 가게에 나와 포장을 했지만) 이번 달도 멈추지 말고 빠른 걸음으로 계속 걸어봐야겠다. 이렇게 1년을 지속할 수 있으면 내년엔 좀 더 나아지겠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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