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말이죠,
요 몇 년 사이 제법 듣는 질문이다. '하면 잘하실 것 같아요' 같은 응원 섞인 제안(?)과 함께 듣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나도 내게 되묻곤 한다.
'나 왜 유튜브는 안 하지?'
아마 나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더 궁금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새로 나오는 플랫폼은 거의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적극 활용해 왔던 나였기 때문이다. 싸이월드부터 이전엔 직접 웹에디터를 통해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했었고, 미니 홈피에 이어 블로그에서 정점을 이루다 SNS 시대에 와서도 인스타, 트위터, 페북 등을 아직도 제법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팟캐스트는 몇 번 시도하려다가 결국 못해본 플랫폼이었다). 미니 홈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최근 나 역시 미니 홈피가 부활해 정말 오랜만에 예전 기록들을 꺼내볼 수 있었다. 사진들은 수년 전에 한 번 미리 확인한 터라 충격이 덜했는데, 오히려 당시 썼던 글들을 다시 보고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야말로 싸이 감성 글들이 가득이라 너무 놀랐고, 블로그가 없던 시절 미니 홈피를 마치 블로그처럼 다양한 게시판을 만들어서 긴 글들을 써왔다는 것도 잊고 있던 사실이라 놀라웠다. 그렇게 나는 매번 유행하는 플랫폼을 가장 먼저, 또 제법 헤비 하게 사용해 온 유저였기에 아마 유튜브도 자연스럽게 하지 않을까 나 역시 생각했었는데 결과는 의외로(?) 아니었던 것이다.
근데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지만 사실 이미 유튜버라는 단어 자체도 없던 시절부터 나는 이미 유튜버였다. 당시 유튜브를 활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었는데 (특히 국내에는), 대부분은 본인이 노래하거나 연주한 영상을 올리는 음악 콘텐츠들이 많았다. 나 역시 한창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에 취미가 있던 때라 집에서 혼자 기타 치며 노래하는 영상을 시리즈로 올리곤 했었다. 요즘도 아주 가끔 찾아서 보곤 하는데, 워낙 마이너 한 영상이라 검색에도 쉽게 나오지 않아 즐겨찾기를 해둬야만 겨우 볼 수 있기에 나혼자 즐기기 딱 좋다.
다시 '왜 유튜브 안 하세요?'라는 질문으로 돌아와 답을 생각해보면, 결국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걸 시도해 보려던 타이밍에 유튜브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브런치였고, 글 쓰는 것에 더 갈증이 있었던 시기라 공부하는 마음으로 더 글쓰기에 달려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어느새 모두가 유튜버인 세상이 와버렸다. 남들이 다 하면 하고 싶던 일도 갑자기 하고 싶은 마음이 뚝 꺼지고 마는 내 특성상, 유튜버도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 그리고 사실 이제는 아마추어처럼 소박하게 채널을 운영하기에는 너무 잘하고 전문적인 채널들이 많아 선뜻 엄두가 안나기도 하고.
그래도 가끔 소소하게, 혹은 나와 비슷한 일이나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의 영상을 볼 때면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정말 찰나 해본다. 아, 그리고 선뜻 못하겠는 다른 이유는 단순히 전문적이지 못하고, 여력이 부족해서 만은 아니다. 모든 새로운 플랫폼을 운영할 때마다 그랬지만,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고 중간에 결국 중단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이 있다. 쉽게 코너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도 같다. 글을 쓰다 보면 수없이 많은 코너 아이디어가 있는데 예전에는 겁도 없이 시작했다가 결국 몇 회를 못 넘기고 폐지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최대한 새로운 코너를 만들지 않고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만약 언젠가 유튜브 개인채널을 만들게 된다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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