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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Aug 18. 2022

놉 (Nope)

메타포 가득한 단순한 영화

© Universal Pictures


놉 (Nope, 2022)

메타포 가득한 단순한 영화


'겟 아웃 (Get Out, 2017)'과 '어스 (Us, 2019)'를 연출했던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 (Nope, 2022)'은 (영어 제목을 해석 없이 그대로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우리말 아닌 우리말 제목을 세 개나 연달아 쓰고 있자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전작들에서 빛났던 감독의 상상력과 연출력, 메시지가 여전히 돋보이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조던 필의 영화는 어렵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쉽게 말해 아는 만큼 더 보이는, 하지만 보이는 것만 봐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신작 '놉' 역시 이런 설명에 아주 딱 맞는 영화다. 


'메타포 가득한 단순한 영화'라고 글 제목을 달았는데, 메타포가 가득하다는 건 복잡한 은유들이 섞여 있어 어렵다는 표현에 가깝고 단순하다는 건 정반대의 표현인데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 하지만 '놉'은 앞서 잠깐 소개했던 것처럼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이 가능한 복잡하고도 단순한 영화다. 


© Universal Pictures


일단 큰 줄거리를 보았을 때 두 가지 플롯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다니엘 칼루아가 연기한 OJ가 아버지의 사고사 이후 할리우드에 말을 납품하는 농장을 운영하다가 우연히 집 주변의 미확인 물체를 발견하고 이를 동생과 다른 이들과 함께 물리치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스티븐 연이 연기한 주프의 이야기로 과거 TV 시트콤에서 아역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불의의 사고를 겪고 후에 OJ의 목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테마파크를 운영하다가 역시 미확인 물체와 어떤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장르 영화로서 '놉'은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다. 이 영화의 초중반 부까지 가장 많이 연상되는 영화는 스필버그의 '죠스'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죠스'의 대부분이 죠스가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장면들에서 더 큰 공포를 일으켰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미지의 존재가 구름 뒤에 가려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이 '보이지 않는' 공포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치밀하게 고안한 사운드 디자인이 큰 몫을 담당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다음부터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Universal Pictures


단순한 공포물로서 치밀한 사운드 디자인, 시각적 스케일, 지루할 틈 없는 리듬감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놉'은 아주 많은 은유들이 역시 아주 치밀하게 겹겹이 깔려 있는 영화다.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영화의 관한 영화를 들 수 있을 텐데, 초반부터 소개되는 최초의 동영상(영화)인 말 타는 흑인 기수의 관한 이야기부터 미지의 존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촬영하는 것에 더 몰두하는 인물들의 모습과 그 방식, 그 태도에 관한 것까지, '놉'은 아주 직설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 더 나아가 어떤 대상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와 그 행위가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에 관한 것까지 말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조금은 단순한 장르 영화에 다른 결의 줄기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테면 보통 같았으면 공포의 대상인 존재를 죽이거나 무찌르는 것이 목표가 될 텐데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카메라에 담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테면 괴물의 몸속에 폭탄을 넣는 것에 성공하고 나서 '됐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괴물의 모습을 제대로 촬영하는 것에 성공한 뒤 '됐어!'라고 외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방송 등에 나가 부를 얻기 위해 촬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왜 촬영하는 것에 집중하는가'를 떠올려 보면 주인공들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또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의 촬영이라는 점에서 영화 밖 현실의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리고 주프가 과거의 겪었던 '고디가 왔다' 시트콤의 끔찍한 사건의 경우 얼핏 보면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아니면 주프의 트라우마를 위해 등장하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지만, 따지고 보면 이 '고디가 왔다'의 사건은 OJ가 겪게 되는 사건과 거의 동일한 이야기의 반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반복을 통해 감독은 영화의 주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가 인물을 다루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의 대한 비판적 시각과 상대를 바라본 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더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눈을 맞추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는 영화의 설정은 아주 직설적인 메타포다. 그 외에도 영화 속에 겹겹이 깔려 있는 설정과 복선 들은 보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깊이로 이해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여러 번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것이 가능한 영화다.



© Universal Pictures


(스포일러 끝!)


영화의 관한 영화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왜냐하면 영화나 영화 만들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감독이 영화라는 예술을 어떤 자세로 바라보는지,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본인이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더 솔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놉'은 전작들에 이어 조던 필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더 확고해지는 동시에, 영화 만들기에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 좀 더 그를 창작자로서 좋아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앞서 이런 방식과 태도로 영화를 만들던 감독 중 가장 가까운 감독을 꼽으라면 M. 나이트 샤말란을 들 수 있을 텐데 샤말란의 오랜 팬으로서 조던 필 감독도 더 꾸준히 많은 작품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창조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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