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주년
전례도 없고, 연고도 없고, 경험도 없이 뛰어 들어서 '그래 망하더라도 2년만 해보자, 2년 정도 하면 감이 오겠지'라고 시작했던 일이 벌써 2년씩 두 번, 4년이 됐다. 1주년, 2주년, 3주년 때는 계속 더 성장하기만 한 덕에 매번 '다행이다' '운이 좋다'라는 소감 위주였던 것 같은데, 4주년을 맞는 올해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단순히 운이 좋아서 잘 되던 거품들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고, 역시 내 노력보다는 시장 상황과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잘 되던 것들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렇게 매출에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좀 더 초심으로 돌아가 본질을 돌아보게 됐고, 바짝 정신을 차리고 아직 덜 빠진 거품이 마저 빠지길 서서히 기다리는 중이다.
요 몇 달 사이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는 왜 이 일을 하게 됐지?'였다.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유명해지거나 거대한 회사가 되려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곳들에서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경우가 생겼고, 대부분 잘 참아냈지만 그래도 안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순간들도 조금 생겼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게 됐지?'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영화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적당히 생계를 꾸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였는데, 우습지만 가끔은 너무 쉽게 이걸 잊고 만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일들을 진행하거나, 적당히를 모르고 생계를 꾸려가는 일을(돈을 벌 것 같은 일만을) 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유혹은 '마이페이보릿'이라는 일을 하는 이상 끝나는 날까지 함께 하게 될 어쩔 수 없는 동반자라, 매번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게 됐지?'라는 질문과 함께 요즘 또 자주 하는 생각은 '큰 실패 없이 버텨온 게 정말 다행이다'다. 실패에서 배운다고, 보통 사업을 하다 보면 큰 손해나 실패를 겪게 되면서 좌절하는 동시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초심을 떠올리며 더 열심하게 마련이다. 아니면 너무 잘 되기만 한 나머지 전혀 돌아볼 생각도 여유도 갖지 못하다가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큰 실패를 겪게 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생각보다 내게도 언제든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봤을 때, 큰 실패도, 엄청난 성공도 없이 초심을 떠올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건 정말 다행이고 이 역시 운이 좋은 편이 아닐까 싶다.
앞서 매출의 거품이 마저 빠지길 서서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이것처럼 배부른 소리도 없을 거다. 정말 최악의 경우라면 그것이 거품인 걸 알면서도 제발 조금만 더 남아 버텨주길 간절히 바랄 수 밖에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듯 배부른 소리를 하며 다시금 정신 차리고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 자체가 4주년을 맞는 내게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자,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2018년 8월 25일. 8월의 크리스마스에 맞춰 군산에 문을 연 마이페이보릿이 벌써 4주년이 됐다.
딱 2년만 해보자 했던 결심은 이제, '그래도 10년은 해보자'로 업데이트됐다.
앞으로 마이페이보릿은 어떻게 될까. 계속 군산의 영화 굿즈샵으로 남을까? 아니면 서울 혹은 다른 지역에 더 큰 매장을 열게 될까? 온라인 스토어는 계속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영화를 직접 수입하게 될까? 언젠간 극장이 될까?
아마도 5주년엔 무언가 크게 달라져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해보며, 그것이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어 앞으로의 1년을 이끌어 가는 에너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