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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Aug 24. 2022

134. 다섯 번째 8월의 크리스마스

벌써 4주년

 


전례도 없고, 연고도 없고, 경험도 없이 뛰어 들어서 '그래 망하더라도 2년만 해보자, 2년 정도 하면 감이 오겠지'라고 시작했던 일이 벌써 2년씩 두 번, 4년이 됐다. 1주년, 2주년, 3주년 때는 계속 더 성장하기만 한 덕에 매번 '다행이다' '운이 좋다'라는 소감 위주였던 것 같은데, 4주년을 맞는 올해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단순히 운이 좋아서 잘 되던 거품들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고, 역시 내 노력보다는 시장 상황과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잘 되던 것들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렇게 매출에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좀 더 초심으로 돌아가 본질을 돌아보게 됐고, 바짝 정신을 차리고 아직 덜 빠진 거품이 마저 빠지길 서서히 기다리는 중이다. 


요 몇 달 사이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는 왜 이 일을 하게 됐지?'였다.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유명해지거나 거대한 회사가 되려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곳들에서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경우가 생겼고, 대부분 잘 참아냈지만 그래도 안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순간들도 조금 생겼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게 됐지?'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영화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적당히 생계를 꾸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였는데, 우습지만 가끔은 너무 쉽게 이걸 잊고 만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일들을 진행하거나, 적당히를 모르고 생계를 꾸려가는 일을(돈을 벌 것 같은 일만을) 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유혹은 '마이페이보릿'이라는 일을 하는 이상 끝나는 날까지 함께 하게 될 어쩔 수 없는 동반자라, 매번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게 됐지?'라는 질문과 함께 요즘 또 자주 하는 생각은 '큰 실패 없이 버텨온 게 정말 다행이다'다. 실패에서 배운다고, 보통 사업을 하다 보면 큰 손해나 실패를 겪게 되면서 좌절하는 동시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초심을 떠올리며 더 열심하게 마련이다. 아니면 너무 잘 되기만 한 나머지 전혀 돌아볼 생각도 여유도 갖지 못하다가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큰 실패를 겪게 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생각보다 내게도 언제든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봤을 때, 큰 실패도, 엄청난 성공도 없이 초심을 떠올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건 정말 다행이고 이 역시 운이 좋은 편이 아닐까 싶다. 

앞서 매출의 거품이 마저 빠지길 서서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이것처럼 배부른 소리도 없을 거다. 정말 최악의 경우라면 그것이 거품인 걸 알면서도 제발 조금만 더 남아 버텨주길 간절히 바랄 수 밖에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듯 배부른 소리를 하며 다시금 정신 차리고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 자체가 4주년을 맞는 내게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자,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2018년 8월 25일. 8월의 크리스마스에 맞춰 군산에 문을 연 마이페이보릿이 벌써 4주년이 됐다. 

딱 2년만 해보자 했던 결심은 이제, '그래도 10년은 해보자'로 업데이트됐다. 


앞으로 마이페이보릿은 어떻게 될까. 계속 군산의 영화 굿즈샵으로 남을까? 아니면 서울 혹은 다른 지역에 더 큰 매장을 열게 될까? 온라인 스토어는 계속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영화를 직접 수입하게 될까? 언젠간 극장이 될까? 

아마도 5주년엔 무언가 크게 달라져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해보며, 그것이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어 앞으로의 1년을 이끌어 가는 에너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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