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는 없을 줄 알았어
첫 책 '필요해서가 아냐, 좋아하니까'를 쓰고 나서 잘하면 두 번째 책도(이야기도) 쓰게 될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사실 첫 번째 책으로 엮은 이야기가 마이페이보릿에 관한 직접적인 마지막 책이 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중요하고 소소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담았고, 무엇보다 처음이니까 겪을 수 밖에는 없었던 일들, 그래서 후일담이 되면 흥미진진하고 또 누군가에게 들려주어도 좋을 만한 이야기의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음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의 이야기에 비해 그다음부터의 이야기는 확실히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던 중, 최근 좋은 기회에 아주 멋진 곳에서 2주간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게 되어 특별한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마이페이보릿의 두 번째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엮을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 그간 써온 글들과 아이디어를 수집해 보았는데, 제법 재미있는 (내가 봤을 땐 1편 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적지 않더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라는 팬데믹과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자영업자의 애환들. 그리고 소소하고 근근이 유지하려던 일이 점점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다양한 고민들에 휩싸였던 시간 속에 남겼던 글들은 고스란히 이야기로 남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인데,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이 두 번째 책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두 번째도 가능할까 싶었던 이야기였기에 세 번째는 전혀 고려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두 번째 책을 엮으며 '이제는 대부분 할만한 이야기는 다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 4년 넘게 운영해 온 군산의 매장을 지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시작해, 새롭게 시작하는 곳에서 어떤 규모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사업을 이어갈 것인지 등등의 고민거리들을 떠올려보니, 앞으로 (아마도) 해결해 나갈 이 과정들이 나 스스로도 벌써 궁금해졌다. 이건 진짜 셀프 궁금인데, 왜냐하면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지 아무것도 결정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몇 달 뒤, 1년 뒤 어떻게 되어 나갈지 몹시 궁금해졌다.
그러자면 결국 기록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더 새롭고 흥미로운 일들은 이제 줄고 반복되는 것들만 계속될 것 같아 중단하려고 했던 마이페이보릿의 기록은, 다시 미지의 세계 앞에 놓이게 되면서 또 한 번 기록할 필요가 생겼다.
그렇게 미지의 세 번째 챕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