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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Nov 15. 2022

136. 3박 4일 서울 출장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순 없어!

사실상 서울행이 결정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사무실 겸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매물들을 알아보는 중이다. 얼마 전 미리 1차 후보지들을 간추려서 부동산에 전달 한 뒤 방문해서 쭉 한 번 투어를 돌고 왔었는데, 그중 마음에 드는 곳들이 있었지만 선뜻 결정을 하진 못했다. 아무래도 월세가 보통 높은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재 군산 매장에 비하자면 거의 6배가 넘는 곳들) 서울 상권에서 우리가 가게를 오픈했을 때 예상되는 평균 매출의 감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과감함 없이 선뜻 도전하기는 어려운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1차 투어를 마치고 다시 후보를 추린 뒤 이번에는 좀 더 자세히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에 3박 4일간 서울 출장 계획을 세워 다녀왔다. 이번에도 부동산에 미리 후보지를 알려주고 투어를 도는 것도 돌았지만, 상권이라는 것은 직접 그 주변 반경을 걸어 다녀보지 않고서는 쉽게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내서 후보지 주변들을 열심히 걸어 다니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오랜만에 한참을 걸었더니 애플 워치가 매우 놀람). 사실 이렇게 몇 번 돌아다닌다고 해서 상권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고 오랜 시간 아침과 저녁, 계절을 겪어 봐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텐데, 그나마 다행인 건 후보지로 선정한 동네가 오래 회사를 다니기도 했고 또 살기도 했고, 주로 놀던 동네이기도 해서 어느 정도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여러 다른 컨디션과 각기 다른 월세의 매물들을 여럿 둘러보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매장을 고르는 건 마치 게임을 할 때 캐릭터를 생성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정해진 포인트 내에서 능력을 조율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농구 게임으로 예를 들자면 덩크를 잘하고 점프력도 높은 슬레셔 스타일로 만들려면 어쩔 수 없이 3점 슛 등 외곽슛의 능력은 포기해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삼국지 게임으로 예를 들자면 무력 능력치는 관우에 가깝게, 지략 능력치는 제갈량에 가깝게 만들 수는 없다. 어느 한쪽만  우수하게 세팅하거나 아니면 두루두루 평균적인 캐릭터로 만들거나 중에 선택해야만 한다. 


우리 매장은 비교 대상이 없는 조금 특별한 업종이고 또 사무실과 매장을 겸해야 하다 보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가 쉽지 않다. 매장만 운영한다면 좀 더 많은 손님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주요 상권의 1층을 주로 고려할 텐데 (물론 주요 상권의 1층 매장은 워낙 세가 높기 때문에 여기서도 또 거리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 중이라 택배 발송 등이 용이한 사무실도 겸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세가 저렴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2층 이상의 넓은 사무실 건물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삼국지를 예로 들었던 것처럼 사무실로서는 과한 스펙이거나 부족한 면이 있지만 매장을 고려해 비싼 월세를 내고 1층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좀 더 손님이 일부러 찾아오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월세로 가능한 2~3층의 사무실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상권도 조금은 어중간하고 월세도 아주 비싸지도 아주 싸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의 매물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적절할 수도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렇게 가격 대비 매물들의 장단점들이 분명하다 보니 결국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답 중에 선택의 문제만 남는 것 같다. 사실 1차로 투어를 돌 때 마지막에 봤던 곳이 특이하면서도 살짝 꿈꿔오던 공간이라 돌아와서도 내내 마음에 있었는데, 2차 방문 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여쭤봤더니 조금 전에 바로 계약이 완료되었다고 하더라. 참고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은 나도 알고 있고, 내 지인들과는 친분이 더 깊은 디자인 회사의 직전 사무실이었더라. 솔직히 여기서 사무실 겸 매장을 운영하는 꿈도 짧은 시간이지만 신나게 꿨었는데 가격이 워낙 높고 유동인구의 동선이 살짝 애매해서 고민하던 중 다른 주인에게로 떠나게 돼 조금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이후에 보게 된 새로운 매물들 가운데도 좋은 매물들(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이 많아 어느 정도 아쉬움을 상쇄할 수 있었다.


다음 주에도 또 당일치기로 서울 방문에서 그 간 찾아낸 매물들을 둘러보고 올 것 같은데, 보는 순간 이거다 싶은 매물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이미 만났던 곳들 중에서 결정하게 될지도 모르겠고). 우리는 과연 어디서, 어떤 공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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