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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an 08. 2023

138. 우리의 타이밍은 정말 지금일까?

계약하는 순간까지 계속될 고민

평소 시사다큐에 관심이 많아 자주 보는 편인데 새해 시작부터 본 다큐는 암울하기 그지없었다. 올 한 해를 예상한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는데 제목이 무려 '침체의 서막 - 모두가 가난해진다'다. 간단히 정리하면 임금은 오르지 않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인해 가게 빚이 점점 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부업을 필수로 해야 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각종 빚을 내가며 코로나의 긴 터널을 겨우 지나온 자영업자들에게 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영업자에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 암울하기만 한 예상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확히 내 얘기처럼 와닿았다. 어떤 것들은 아직 당도하지 않았을 뿐 어쩌면 곧 겪게 될 일들처럼 느껴졌고, 어떤 것들은 이미 내게 도착했는데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주위를 돌아보게 했다. 


이렇게 암울하지만 더 이상 예언이나 예상이 아닌 내용을 보고 나니 마음이 결코 편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현상 유지가 아니라 오히려 확장을 준비하고 있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작은 규모로 소소하게 시작했었다면, 이제는 서울로 올라가 더 큰 규모로 운영할 시점에 원하든 그렇지 않든 서게 됐다. 하지만 모든 지표나 상황은 우리에게 불리한 것들 뿐이다. 


어쩔 수 없이 확장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이후로 매번 해왔던 고민은, 과연 지금 이 타이밍이 적절한 것인가 라는 질문이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오히려 몸집을 줄이고 현상 유지에 애를 쓰는 것이 더 맞는 결정일 것 같은데,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에서 여러 가지 한계를 확인한 지금이야 말로 도전을 감행할 타이밍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오간다. 몇 백씩 되는 월 임대료를 알아보다 보니 어느새 그 돈의 무게에 익숙해져 버렸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현재 매장 월세에 4~5배가 넘는 금액이다. 여기에 정직원까지 고용하려는 계획이 있으니 지금과 비교하자면 수백 만원의 고정 비용이 갑자기 상승하게 되는데, 매출의 상승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 가장 두려운 점이다 (심지어 매출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하나라도 더 확실한 것들을 더해가는 중이다. 그 간 대략적인 % 정도로 가늠하고 있던 마진과 비용 등을 100원 단위까지 한 번 정리해볼 필요를 느꼈고, 미리 계산할 수 있는 여러 비용들을 계산해본 뒤에 가용할 수 있는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이나 비용 등을 따져보고 있다. 그런데 마이페이보릿을 처음 시작할 때도 비슷한 계산을 해봐서 알지만 (내가 해봐서 아는데 에헴!) 계산 결과대로 따라야 한다면 아마 당연히 현상유지에나 힘쓰라는 결론이 나올 거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했던 계산의 결과가 '이 사업은 절대 하지 마'였었다는 걸 떠올려 보면 이번에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계산 결과를 알고 덤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다.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오늘도 한참이나 컴퓨터 앞에서 부동산 매물들을 뒤지다가 그 숫자들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말 우리의 타이밍은 지금이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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