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실력과 성격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회사는 일. 일하는데 필요한 건 결국 실력 혹은 능력.

by 아쉬타카

팀장 같은 관리직을 맡게 되면서 매번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마다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실력을 우선시하느냐 아니면 인성을 더 중요시하느냐 하는 문제다. 물론 이 두 가지가 매번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만은 아니다. 마치 삼국지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능력치처럼, 실력이라 불리는 능력과 인성이라 불리는 능력치가 100:0과 0:100으로 나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치가 매번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경우도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 즉, 어떠한 사람을 두고 함께 하고자 할 때 인성이나 성격은 잘 맞을 것 같지 않지만 실력이 우수한 이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실력은 조금 떨어지는 듯 하지만 성격과 인성이 매우 좋은 이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상황은 의외로 자주 펼쳐지는 현실이다.


나 역시 이런 관리자로서 이러한 선택을 해야만 했던 순간들이 제법 있었다. 이전 글들로 예상할 수 있듯이 나는 회사 내에서도 몹시 이상적인 편이었음에도 실력과 인성 가운데 고민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연히 인성을 최우선시하기만 했을 것 같은데도 말이다.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 100%의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대부분 인성을 우선시하는 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성 혹은 성격이 좋으면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반드시 부족한 실력을 커버할 수 있고, 훗날 실력마저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팀장으로서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실력적인 측면은 내가 선임자로서 가르쳐줄 수 있지만 성격이 맞지 않거나 인성이 불량한 (여기서 인성이 불량하다는 것은 나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는 회사 생활의 원칙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불량하다는 의미다. 어찌 고작 팀장이나 부장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성을 절대 평가하랴. 똑같은 이유로 실력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내가 선택한 이들이 실력이 다 별로였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경우는 내가 대화나 노력을 통해 해결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대부분 반드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을 때는 인성을 우선적으로 선택했었다. 그 결과는 예상한 대로 좋을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좋았을 때는 초기에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이 더 들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실력 측면에서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었었고, 좋지 않았을 때는 결국 실력이 회사가 원하는 수준까지 따라오지 못했고 나 역시 팀장으로서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일과 관계 모두에 있어서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 두 가지 경우가 이렇게 단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부족한 실력을 인성과 성격, 노력으로 커버하여 결국 회사가 원하는 실력을 갖추게 된 경우도 그 과정 속에서 나나 당사자가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그 인성이 상처받는 경우가 없지 않았고, 반대로 결국 노력으로 커버하지 못하게 된 경우도 많았다. 즉, '그래, 서로 맘이라도 통해야 일하기 편하지.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 가보자!'라는 선택이 가능한 순간은 작게는 팀장과 팀원, 크게는 회사와 직원이 완벽하게 공감대를 이룰 때만 가능한데, 난 그런 순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아니, 이루었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혼자 만의 생각이었던 결과를 경험하고는, 서로 이런 공감대를 이뤄내는 것이 얼마나 이상적인 희망사항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마 자주 그런 글들을 보았을 텐데, 성격은 별론데 일 잘하는 팀장과 성격은 정말 좋은데 일은 못하는 팀장 중 누구랑 일하고 싶은지 같은 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이 문제엔 물론 정답이 없지만, 둘 다 경험해 본 입장에서의 결론은 내가 팀장을 혹은 팀원을 어떤 관계로 바라보는 가에 답이 있었다. 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또 실수를 할 뻔했네. 결론은 성격은 별론데 일 잘하는 팀장(팀원)과 일하는 편이 훨씬 더 깔끔하다는 쪽이다.


회사가 작은 규모일수록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 혹은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본능 아닌 본능이 나올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관계가 끝날 때까지 좋게 유지되기란 정말 어렵다. 회사가 잘 되었을 땐 잘 된다는 이유로, 힘들 땐 힘들다는 이유로 갈등이 생기기 쉽고, 돈독한 관계일수록 그 갈등은 오히려 쉽게 풀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이 문제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덜 포함되어 있는 갈등은 다른 방식으로 비교적 쉽게 풀어낼 수 있지만, 감정이 동반된 갈등은 그 해결 가능했던 다른 방식들을 다 적용해도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격이 일을 도와줄 거라고. 일하는데 당장의 도움은 못 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내 과거의 선택들은 결론적으로 좋은 결과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차라리 관계 개선에 큰 기대감이 없고 업무 능력 만을 기대했던 쪽이 훨씬 더 깔끔한 결과를 만들어 냈었다. 결과가 좋던 나쁘던 말이다.


회사는 결국 일을 하는 곳이다.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고, 그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닌 곳이다. 다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 중에 이 퀘스트가 자동으로 완료된다면 더 없이 행복하겠지만, 일석이조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잔머리를 굴리는 순간, 첫 번째 토끼를 놓칠 확률이 높아진다. 일 잘하는 사람이 성격이 별로라 처음엔 맘에 안 들고 관계를 만들기도 어려울지는 모르나, 일 못해도 성격은 좋은 사람과는 다르게 이 사람이 일을 잘할수록 성격도 좋아 보이고, 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확률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더 높다. 어떤 면에 기대를 해야 하는 가를 생각해 봤을 때 회사에서는 당연히 일에 대한 능력과 실력을 기대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부분 둘 중 선택해야 할 때 성격을 골랐던 것 같고, 말미에는 이번에 또 실수할 수 없다는 각오와 함께 실력 위주로 뽑았다고 생각했으나 적어도 이들을 이끌어 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전자의 방식을 다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다음에는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을까? 인간은 어리석고 결국 실수를 반복한다는 명언으로 미뤄봤을 때, 나는 또 성격적으로 끌리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을까 두렵다. 그래서 회사를 관뒀는지도.

음.... 사장을 해야 하나. 그럼 적어도 윗사람과 이 문제를 두고 다툴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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