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명이 해고되었다

미국 커리어 이야기

by Adam Ahn

현재 회사의 회계연도(Fiscal Year)는 매년 10월 1일에 시작한다. 나는 2025년 9월 29일에 입사했으니, 어떻게 보면 새로운 회계연도인 FY26에 합류한 셈이다.


새로운 회사, 이전 회사보다 훨씬 젊은 분위기, 그리고 내가 원하던 Big Medtech 중 하나였다는 점, 회사 위치 등 여러 긍정적인 요소들로 인해 현재까지 재밌게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경험해본 것들에 있어 오늘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해고 문화이다.


미국 회사의 문화 중 하나로 흔히 이야기되는 것이 ‘at-will employment’다. 직원과 회사 모두 원하면 언제든 고용 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 자체는 나에게도 익숙했다. 하지만 이전에 다녔던 두 회사에서는 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첫 번째 회사는 매년 20% 이상 성장하던 회사였다. 내가 입사했던 2016년 당시 매출은 약 $2.7B였고, 2025년 현재는 $10B 규모로 성장했다. Medtech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사 중 하나다. 조직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할 여유도 필요도 없었고, 오히려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약 $1B 수준의 매출을 내던 Medtech 회사였다. 특이하게도 non-profit 구조로 운영되었고, 그 덕분에 주주나 단기 매출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코로나 시기에도 해고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회사였다.


그리고 현재 회사.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지난 10여 년간 인수합병을 통해 급성장했고, 현재는 매출 $20B가 넘는 글로벌 대형 Medtech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성장과 성장 전략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곧바로 주가에 반영되었다. 그 결과 많은 부서에서 사업 개선을 명목으로 restructuring이 진행되었고, 내가 입사한 바로 그 달에는 한 부서 전체가 대규모 layoff 를 겪기도 했다.


내가 속한 사업부에는 원래 세 개의 Business Unit이 있었는데, 그중 두 개는 최근 매각되었다. 내가 속한 BU는 이 회사에서 70년 이상 이어져 온 legacy 비즈니스다. 시장 자체는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매년 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높은 GP를 가진 제품들 덕분에 회사 전체에서는 여전히 cash cow 역할을 하고 있어, restructuring의 직접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받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 후 3개월 동안 대규모 layoff가 아닌 개별 해고를 네 차례나 직접 목격했다. 이런 경험이 전혀 없던 나에게는 꽤 큰 충격이었다.


입사 후 첫 주말이 지나고 출근했을 때, Global Marketing Associate Director의 책상이 사라져 있었다. 금요일에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었다. 다만 나와는 인사만 나눈 사이였기에, 그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나보다 Job level이 높았기에 나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약 두 달쯤 지났을 때였다.


매니저가 다소 상기된 얼굴로 “5분만 시간 되냐”고 부르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당시 우리 팀은 신규 제품 런칭을 앞두고 있었고, 그 제품을 담당하던 Product Manager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부적으로 Job Level을 올리기로 결정되었다. 그 결과, 해당 PM은 해고되었고, Job level을 올려 새로운 사람을 뽑을 거란 이야기었다.


그 PM은 나와 같은 direct 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였다. 그가 해고되던 날, 다른 부서에서도 두 명이 추가로 회사를 떠났다. 그 전까지는 즐겁게 일하고 있었지만, 이 경험 이후로 생각이 달라졌다.

“회사는 언제든 나를 보낼 수 있다.”

그 사실을 나는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좋다. 하지만 어느 정도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느껴지는 점도 있다. 정치적인 요소가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고, favoritism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업무에 대한 성과 뿐만 아니라,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며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나는 그들의 inner circle로 들어갈 것인가, 어쩌면 outsider가 될 것인가"


IMG_5769.HEIC 다양한 회사 내부행사가 열리는 at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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