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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ley Lim Sep 19. 2020

건축가에서 신발 디자이너로

호주에서 시작된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애슐리림 입니다.


건축가로 건축의 여러 가지 단계의 일을 배우게 되는데 학교마다 디자인이냐 공학이냐의 철학과 관점에 따라 조금씩 포커스가 달라져요. 당시 제가 공부하는 시드니 대학교는 커리큘럼의 80%가 디자인과 철학이었어요.


졸업과 함께, 풀타임 전장(?)에 나가 1000세대의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의 화장실 도면을 생산하게 될 때는 정~말 내가 이 순간을 위해 그 기나긴 시간을 투자했나 뭐 이런저런 생각 ㅜㅜ


그렇게 회사를 다닌 지 5년... 그때만 해도 정말 에너지가 넘쳐서 잠이 없고, 완전 혈기(?) 왕성이었거든요. 그때부터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했었어요! 토요일 발레 클래스에서 5시간씩 운동하고, 자원봉사로 건축 페스티벌 이벤트 매니저로 회사 끝나고 가서 새벽같이 일해서 페스티벌 열고, 다른 디자이너 학생들을 끌어다 모아서 패션, 건축, 그리고 아트가 만나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덕분에 방송도 타고 - 다 돈 버는 거랑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시간 투자해서 그러고 (싸)돌아다녔어요. 


Art in Threads 란 이벤트의 큰 성공으로 시드니 FBI Radio와 인터뷰도 하게 되었죠. :-)



항상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난 뭐하고 살고 싶은 걸까?


항상 패션디자인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사실 이거 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넌 절대 안 돼! 네가 뭔데, 그림 잘 그려? 재능 있어?라는 주변의 반응들이 무서웠고, 스스로 생각해도 딱히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꿈을 꺾었었죠. 패션에 비해 건축은 사회적 지위, 직업 안정성 이런 부분에서 패션디자인 보다 ‘안전한’ 또는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ㅠㅠ


틈만 나면 호주 안에서 또는 밖으로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었어요. 여행도 좋았지만 항상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은 뉴질랜드...


그렇게 건축학과 진학해서 나름 스스로도 건축디자인에 매료되었었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명예 졸업해서 호주에서 손에 꼽히는 건축 회사도 다녀왔는데... 끝무렵 2년 정도 방황을 했어요. 당시 에너지는 넘치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도 괜히 뚱하고 별로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패션 아니면 비슷한 분야에라도 발을 담가보려고 기웃거려봤죠.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나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저희 엄마 가요…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 



헐헐... 제가 딱 그 케이스예요. 진짜 사업의 1도 모르고 그냥 패션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덤벼든 거죠. 그렇게 2013년 말 저희 회사의 CEO ‘닉’한테 일대일 개인 미팅을 신청했죠. 그 미팅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부모님 이야기, 그리고 이민 이야기, 그리고 결론은 나 건축 그만하고 패션, 특히 신발 디자인하고 싶다. 그동안 참 고마웠다.


닉은 굉장히 덩치가 큰 백인인데, 눈도 엄청 컸어요. 그 부리부리한 눈으로 한참 동안 나를 어이없게 쳐다보더라고요. 그러더니, 알았다고, 대신 바로 그만두지 말고 파트타임으로 전환해줄 테니까 네 브랜드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저엉말 큰 감동이었어요! 그런 제안을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너무 고마워요, 닉!!! 


이렇게 저는 파트타임으로 주 3일은 건축 회사일, 나머지 4일은 신발 디자인 일을 하며 본격적으로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그때 진짜… 고생 많았는데. 


다음 글에서 건축 디자이너에서 슈즈 디자이너로 입문한 이야기 본격적으로 해볼꼐용~



#애슐리림 #슈즈디자이너 #성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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