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다, 백수

인사팀장의 백수이야기

by Ashley


어쩌다 백수가 되었습니다.

저는 인사팀장 입니다. 아니지, 인사팀장 이었어요.

회사 이름 혹은, 회사의 대표브랜드 이름만 대어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알 법 한

꽤 그럴싸한 회사였어요.


누구처럼 환승이직도 아니고

계획된 사표 또한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탁" 하고 끊어져버린 가느다랗지만 질겼던 끈 하나에

저는 그냥 주저 없이 사직서를 작성하고, 오프보딩을 셀프로 진행했습니다.


내가 하던 업무의 매뉴얼을 작성하여 혹시 올지도 모를 후임을 위해 남겨두고

남아있는 후배들에게 인사이트 좀 나누어주고

회사의 임원진과, 관리하던 자회사의 대표님 들께 퇴직메일로 인사를 갈음했습니다.


아무도 등 떠밀지 않았던,

회사의 첫 여성임원이 될거라던 제 퇴사소식에 전화통엔 불이 났어요.

그들에게 속 깊은 이야길 하지 못했지만

그들 또한 하나같이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정작 '어떻게 저 일을 버티고 해내지?' 하는 일 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치우더니

왜 이런 일로 퇴사를 하냐 되물었어요.




그냥 씩씩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실장님께 직접 사직서를 들고 가 서명을 코 앞에서 받았습니다.

한 달 전부터 힘들어했던 문제여서 그런지, 그때는 만류하시던 실장님께서 한숨 한 번 내쉬고는 서명을 해 주셨어요.




"수고했어..... 내가, 할 말이 없다.... 미안해."

"실장님! 우리 오늘 반반차 내고 한잔 하실래요?"

"그래! 그러자!"









한 달가량을 고장 난 마음 치료 하며 보냈습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두 아들의 학원비를 내고 생활비를 충족하느라 알량하게 모아두었던 작디작은 잔고는

더더 가벼워지고 있지만

입사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더는 이직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직장인으로 마지막을 불태울 수 있는 그런 둥지를 찾고 싶습니다.

작아도, 비전을 함께 나누고 힘을 모아 노 저어 갈 수 있는 그런 곳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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